헤어짐에 가장 완벽한 인사법

by Hache

그럼, 건강하세요.


예상보다 건조하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악수를 나누게 될 경우도 고려했지만 그도, 나도 그 이상의 대화는 무가치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3년, 좋은 기억도 제법 있다. 선릉에 제법 분위기 있는 양식집에서 와인 세병을 비우며 음식을 먹고 얘기를 나눈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역삼 한 빌딩 지하에서 가장 늦은 시간까지 남아 귤 맛이었던지, 유자였던지 하는 서울식(?)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도 제법 즐겁게 남아있다.


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능력인 듯하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일관되게 건조한, 혹은 분노에 쌓인 헤어짐을 선택한걸 보니 말이다. 그의 유전자에는 아마도 20세기 한국형 조폭 문화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족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랄까? 안타까운 사람이다.


끝을 맺는 인사에 어떤 것이 가장 어울릴까 오랜 기간 고민했었다. 늘 2년 간격으로 새로운 곳으로 옮겨다녔기에 끝인사를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이전엔 적절한 인사말을 찾지 못해 그저 안녕히계세요만 던졌을 뿐이었다. 그도 아니면 아예 조용한 헤어짐을 선택했다.


건강하세요는 헤어짐에 가장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된다. 좋고 나쁨의 감정이 실리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매정해 보이지도 않으면서, 죽기 전 다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그저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끝맺음, 건강하세요, 이만큼 완벽한 작별인사는 앞으로도 찾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말이지, 건강하라는 인사는 순도 100프로의 진심이다. 잘나고 못나고 서로 맞고 안 맞고 좋았고 안 좋았고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 그저,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으로서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죽기 전 다시 보지 않을 테니 그곳에 쓸데없는 감정의 찌꺼기는 남기지 않는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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