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된통 잘못돼서 어디부터 꼬였는지 이젠 단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꼬여가는 날들이 쌓여간다.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닌데, 오히려 내 계획대로 어느 정도는 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삐뚤빼뚤 방향 없이 엉망진창이다. 안팎으로 하 수선한 2가 세 번 들어간 해의 지구 위에 서있다.
머리가 복잡해질 땐 우주를 생각한다. 지구는 스스로 회전하고 있고 또 달과 지구 사이의 무게중심을 두고 작게 공전하고 있다. 달과 지구는 이제 함께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또 태양과 달과 지구는 함께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런 거대함 속에 나의 오늘의 고민은 먼지보다 작아 가장 좋은 성능의 현미경으로도 실체를 파악해내기 힘들다. 그냥 대 우주 속 거대한 Helical motion 속에 섞여있는 1에 불과하다. 60억 년 우주 역사 속 한 점, 0에 수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 신이 나 사랑, 성공과 같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이상 그 모든 것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 장류진 작 ‘달까지 가자’를 읽었다. 무려 이더리움 투자기를 다룬 소설이다. 매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그래프를 보며 매스꺼움과 환희를 매일매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을 주었다. 비단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팩션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상황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비슷한 나이대의 이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무기력함, 일 하는 행위의 무의미성이 너무 작금의 세태를 그대로 옮겨놓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이 그저 나의 행위의 결과가 J커브를 그리는 떡상(?) 그래프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소설에서 나온 문장과 같이 사실 내가 진정으로 바라왔던 것은 ‘J커브’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에 다른 어떤 꿈이나 진심이나 희망 이런 형이상학적 가치들은 더 이상 어느 세대에게도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투기, 떡상, 투기, 떡상, 그리고 또 투기를 하게 되는 무한의 굴레 속 욕망들. 비트코인이나 주식, 부동산 투자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연봉만 올려 나가려 하는 세태도 그러하다. 우리는 역사 속 가장 건조하고 가장 형이하학적인 무한 욕망의 동물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난 그저 인간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한낮의 나무에 반사되어 빛나는 초록빛, 물에 드리운 파란 구름 한 점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J커브 따위와 비교되지 않는 영겁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느끼고 그 속에서 충만해지고 싶다. 더 이상의 쳇바퀴 속 삶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