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 법이야.
시험에 합격한 후 누나는 격려인지, 칭찬인지 알지 못할 애매한 말을 했다. 뭐, 대충 맥락상, 어려운 시험 통과해서 얻은 자리이니 평생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네 잠시간의 꿈이었던 그곳을 버린 1년 전의 선택은 아주 옳은 것이다,이었을 것이리라. 그렇구나, 인정이 되었다. 더 이상 경제적, 존재적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5년, 누나의 말이 틀렸음을 이제야 안다. 쉽게 얻은 것이 쉽게 잃는 게 아니었다. 마음 없이 얻은 것이 쉽게 잃는 것이었다. 쉽게 잃고 싶지 않다면 어렵게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얻고, 마음을 다해 지켜내야 잃지 않는 것이었다. 이 정언을 얻기 위해 5년이 걸렸다. 마음 없이 얻은 것은 쉽게 잃을 것이 아님에도 내 손으로 놓게 되었다.
마음 없이 나의 시간을 더 이상 쏟을 수 없었다. 내게 주어진 세상이 이대로 시들어감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내 손으로 처음 선택한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후회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하지만 마음을 다해 지켜내고 있다. 내가 만든 이 정원만큼은, 세상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지, 어떻게 이런 선택을 했냐며 다들 한 마디씩 해도, 지켜내 보려 한다.
지켜내지 못한 진심은 가끔 온몸으로 퍼진다, 불현듯, 예상치 못한 노래의 멜로디에 얹혀, 나른해지게 한다. 우울하기도 하고, 내게 남은 봄이 없음이 야속하기도 하다. 이게 삶인가 보다, 다 그런가 보다, 다독이면 퍼지던 진심은 금세 뼛속으로 가라앉는다.
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하는 까닭은 지켜내야 할 진심과 지키지 못한 진심이 내 안에 섞여 고요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감출 것 많은 나의 문장들은 진심이 거짓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진심이건 뭐건, 그냥 다 허구가 되겠지. 무심한 나의 세상은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