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by Hache

자리에 앉았다.

충분히 높아진 고도의 동쪽 하늘 해, 빛

왼쪽 위 금속테가 빛을 반사하며 자신의 형태와 색을 완연히 드러낸다.

초록으로 보이는 등 뒤의 세상, 차창, 빌딩 숲

제법 추워진 12월의 중간이지만 그냥 오늘은 모두 따스하게 느껴진다.

불안을 동력 삼아 살아온 일생이지만 아무래도,

마냥 맑고 따뜻한 날을 늘 절실히 바라 왔나 보다.


루시드폴의 새 앨범이 나왔다. 제주의 자연, 반려동물을 담은 음악들. 오래간 그곳을 찾지 못했지만 지금, 거기 있는 듯 평온하다. 차가운 시멘트, 통유리 가득한 눈 앞의 풍경을 잠시간 곡에 담긴 자연으로 바꿔주는 마법이 음악에는, 아니 인간의 마음에는 존재한다. 매일 같은 하루의 반복을, 그저 그런 일반인들의 일상에 산소호흡기가 되어 그 덧없는 생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은 두 귀에 연결된 하얀색의 두 가닥 선이 유일하다.


지난 주말 강릉여행은 다행이다. 오랜 친구와 가보는 첫 여행이라 일면 걱정이 있었지만 늘 그래 왔듯 서로 배려하며, 늘 그래 왔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늘 그런 우리같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푸른 바다와 높은 파도, 소금기와 비릿함 섞인 짙은 공기를 눈에 한 가득, 폐에 한 움큼, 그보다 더 마음 깊이 많이 넣고 돌아왔다. 덕분에 월요병을 나흘째 앓고 있지만, 역시나 그래도 어쨌든 좋은 기분이다.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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