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by Hache

휴직 후 2개월이 지났던 10월 무렵부터는 요조의 뒹굴뒹굴이란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글자 그대로 남의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아침 햇살과 적막은 왜 그리 따뜻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지.. 온몸 나른히 한지에 물감 번지듯, 아지랑이 같은 안정감이 몸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때의 감정에 대한 기억에 아지랑이 같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그 시절 아침 햇빛에 밤새 차가워졌던 바닥과 공기가 달궈지며 실제 집 안에서도 봄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고 보았거나, 혹은 상상했기 때문이겠지.


지독한 불안과 엉망으로 흐트러진 마음으로 가득했던 장소에서 5년 만에, 아니, 늘 내게 버거웠던 학창 시절 그 장소을 포함하면 17년 만에 벗어났었기에, 또 일생 처음 맞는 온연한 휴식이었기에 안정의 감정 폭이 더 크게,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때와 전혀 다른 출근길에 듣는, 그때와 같은 노래가, 벌써 1년도 더 훌쩍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감각을 일깨우며 온몸 나른하게 만드는 걸 보니 여전히도 난 그때 그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던 그 시간에 갇혀 있나 보다.


특이할만하다고 생각되는, 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인간 본연의 성질이 그러하겠지. 그 평온의 공감각은 혼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문득 느껴진다. 그때, 그 시간에 누군가 주변에 있었다면 절대 이런 깊은 공감각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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