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

by Hache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멈춰서 있다


어쩐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가사의 한 구절이 자꾸 잘못 기억되어 되내어진다. 실제 가사는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인데 말이다. 나만 성장하지 못 한 채로 사회에 표류하고 있는 느낌을 자꾸 받아서일까?


연휴의 마지막 날, 하늘이 흐리다. 비 오는날, 퇴근 후 양말까지 젖어버린 신발을 말리기 위해 안에 신문지를 구겨 넣어두고 다음날 아침 빼보면 신문지가 수분을 흡수해 온통 축축해져 있는 것 마냥, 완전히 극복한 우울인 줄 알았는데 나의 기억은, 내 몸은 여전히 보라색의 기억 속 습도, 하늘빛으로 자연스레 밤새 우울을 흡수해 무거워져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자주 날씨가 흐려지는, 가까이는 제주, 멀리는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살기는 힘들겠지 않나 싶다.


새로이 옮겨온 동네는 모든 것이 이전보다는 만족스럽다. 도로가 널찍해서 드라이브하고 들어오는 길이 무척 수월하다. 몰(MALL)이 가까워서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도 10분이면 서점으로 들어가 조용한 서가를 헤맬 수 있다. 문을 나서면 곧바로 펼쳐지는 작은 공원에서는 출근길에 숲 냄새가 나고 또,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출근 시간이 10분 정도 단축돼서 이전보다 더 느긋하게 길을 나서도 여유 있게 도착하게 된다. 흔히 얘기되는 '스세권(?)'이라 밤 아홉 시가 되어 한가해진 카페에 내려와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것이 이전보다 더 만족스러워졌는데 새장에 갇혀버린 느낌은 여전하다. 도시의 삶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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