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는 아이들에 관한 생각
"엄마! 나 머리 푼 게 예뻐요? 묶는 게 예뻐요?" 아침마다 딸아이가 엄마한테 묻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아내는 둘 다 예쁘다고는 하지만 내심 귀찮아한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묻는 통에 아침마다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딸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조금씩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동년배들은 아마 머리 길이, 치마 길이까지 학교에서 일일이 간섭하며 통제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그런 통제가 사라진 지 오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길거리를 걷다 화장이 짙은 학생이나 장발에 펌, 염색까지 한 학생들을 볼 때면 "아이고! 저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엄청 고생하겠다."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내 딸이 그 나이가 되고 화장을 시작하면서부터 내 맘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해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 10대 여학생의 화장 문화는 일부의 문화가 아니다. 녹색소비자 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가 2017년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색조 화장을 한 경험이 있는(여학생만) 초등학생은 42.7%, 중학생 73.8%, 고등학생 76.1%로 조사됐다. 또한 2020년 기준 10대들의 화장품 시장규모는 연간 3,000억 규모로 커지자 10대를 겨냥한 전용 제품들을 만들어지고 인기 SNS를 통해 홍보가 되니 앞으로 시장규모는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한다.
이런 10대의 화장문화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청소년기 메이크업 이후 외모 만족도가 높아지면 학업성적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을 소개한 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데 있어 느끼는 자기 만족감이 잘 쌓이면 자긍심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틴트를 바른다든가, 톤업크림을 발라 안색이 환해진 것 같을 때 자기 만족감이 상승한다. 이러한 과정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열심히 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크업을 챙겨서 한다는 게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솔직히 나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반대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10대의 화장문화가 안착이 된 이상 무조건 못하게만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와 멀어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난 딸아이의 화장에 대해 일절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장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도 못한다. 대신 '예뻐 보인다'는 작은 칭찬 정도는 종종 한다. 하지만 현명한 아내는 딸아이와 늘 성분을 꼼꼼히 따지며 화장품 쇼핑을 함께하며 화장법에 대해 조언도 한다. 어떨 때는 딸아이가 더 전문가 같긴 하다.
10대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창 아이의 화장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을 하실 것이다. 하지만 너무 화려하여 성인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과한 화장이 아닌 이상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안전한 성분의 제품으로 화장을 하도록 조언 정도만 우선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나와 같은 아빠들은 화장에 대해 잘 모르실 테니 옆에서 부정적인 말은 절대 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각 세대마다 다음 세대를 바라볼 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좀 더 유연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때론 욱할 때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참자!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
출처 * : 청소년이 화장하고 성적 "쑥쑥" 오르는 이유(2022.11.14일 자) / 서울신문 김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