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를 달고 살았다.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영화관을 찾았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던 시절이었다. 마산 연흥극장 입구에 걸려 있던 손수 그린 〈해리 포터〉 간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게 벌써 20년도 더 전이라니. 연흥극장은 2005년 일찌감치 철거되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버지는 TV에서 틀어주는 외국 영화부터 〈프리즌 브레이크〉,〈크리미널 마인드〉, 〈CSI: 과학수사대〉, 〈왕좌의 게임〉 등 해외 드라마를 즐겨 보셨다. 요즘도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를 넘나들며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작품을 섭렵 중이시다. 가끔 아버지에게 영화관 데이트를 신청하면 아묻따(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오케이다. 그 덕분일까. 나는 영화와 영화관을 참 좋아한다.
지난해 약속이 있어 창동을 찾았던 어느 날, '제1회 무학산 영화제'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상업 영화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장 신청했고, 몇몇 지인들과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제가 끝난 후 행사를 기획한 '마산영화구락부'의 단체장을 만나 나도 활동이 가능한지 물었다. 꽤 신중한 편인 단체장은 바로 수락하는 대신 다른 부원들과의 미팅과 영화 스터디, 지원 사업 설명회(영화제와 같은 이벤트를 여는 데 사비를 터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이를 지원해주는 단체나 기관을 찾아야 한다) 등에 나를 초대했다. 그 과정들을 거쳐 나름 정식(?) 회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제2회 무학산 영화제'를 함께 준비 중이다.
영화제 홍보를 위해 포스터를 게시하고, 영화제 당일 상영될 영화들을 미리 보고 짧은 감상평 또는 추천사를 쓴다. 온라인으로 홍보도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같은 동네 사람들이 만나 꾸려가는 지역 영화제라니! 참, 무학산은 마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하여 '좋은데이'로 유명한 마산 소재의 소주 제조 회사인 '무학', 마산을 소재로 한 로컬 디자인 브랜드 '마사나이'의 지원도 받는다. 마산 사람으로서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아주 가끔 서울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서울에 비하면 문화 불모지인 마산에서 미약하나마 내 힘으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그저 좋다.
이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좋은 이들을 만나고 싶다. 영화를 사랑하고, 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하여 이 작은 동네에 함께 살면서 취미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마지막은 영화제 포스터로 마무리. 신청 링크도 함께 첨부할게요.
무더운 여름이지만 놀러 오셔서, 같이 즐거운 시간 보냅시다!
영화제 관람 신청 링크: https://forms.gle/AJZFwEXCZQ1c3Rw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