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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Mar 17. 2024

역시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우리 둘째 딸은 참 순둥이다. 그 증거로 뒤통수의 땜빵을 들이밀 수 있다. 머리숱이 많은 편인데도 그쪽만 탈모처럼 머리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성격이 하도 순해서 계속 누워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만 머리가 나지 않은 것이다.






정말 그렇다. 주변 사람들이 놀러 와서 깜짝 놀라곤 한다. 아기가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니까. 잘 울지도 않고 울음 끝도 짧다. 수면 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이 혼자서도 대부분 잘 잔다. 이빨이 언제 났는지도 모르게 뿅 하고 나있었다.


반면 첫째는 기질이 예민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어렸을 때는 장난 아니었다. 그맘때 첫째는 등 센서가 심해 아기 띠를 풀어놓을 수가 없었다. 아기 띠로 안은 채 1시간 이상 낮잠을 재운 날도 허다했다. 이빨이 날 때마다 매번 이 앓이를 했다. 낯도 굉장히 심하게 가려 다른 사람을 첫째를 케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순한 둘째의 복병이 있다. 바로 잘 게운다는 점이었다.


첫째는 기질은 예민했지만 게우지도 토하지도 않았다. 아기들이 자주 한다는 분수 토? 본 적이 없다. 첫째가 쓰던 가제수건은 5년이 지났는데도 깨끗해서 둘째한테도 쓰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둘째는 토쟁이다.


너무 잘 게워내서 4개월 밖에 안 된 가제수건인데 얼룩이 심하다. 옷의 목 주변이 전부 노랗다. 까는 이불과 내복, 가제수건, 아기 띠, 내 옷과 침구류를 시도 때도 없이 갈아야 한다. 빨래가 쉬지 않고 나온다.


오죽하면 애가 아픈가 싶어 열을 재보기도 했다.


문제가 있나 싶어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다.






"선생님, 첫째와 달리 너무 자주 게우는 데 괜찮은 건가요?"

"아기들은 위장과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잘 게워요. 물 풍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압이 가해지면 입구로 물이 새죠? 지금도 그런 거예요. 6개월에서 8개월이 지나도 계속 그런다면 그땐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그래요? 근데 너무 심한데요. 빨래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첫째는 어땠어요?"

"첫째는 예민하긴 했는데 이렇게 잘 게우진 않았거든요"

"그럼 둘째도 예민한 편인가요?"

"아니요. 둘째는 너~~ 무 순해요. 게우는 것만 좀 힘들고요"

"에이~ 어머님. 욕심쟁이네요. 어떻게 다 가져요~~~! 지금 아주 잘~ 크고 있으니까 이 시기 조금만 잘 버텨 보세요~!"  





선생님의 '욕심쟁이' 표현을 들으니 어쩐지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게우는 것 빼고는 이 정도면 주변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순한 아기인데 내가 욕심을 부린 것 같았다.


역시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것도 욕심이다.


첫째는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 반면 튼튼한 위와 장이 있다. (7세 동안 딱 한 번 구토를 했고, 변비도 겪은 적이 없다.)


반면 둘째는 순한 기질이지만 약한 위장을 갖고 태어났다. (누워있을 때도 잘 게웠지만 뒤집기를 한 지금, 너무 자주 분유가 올라온다.)


최근 동생 지인의 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는 명제를 실감했다. 그 딸은 누가 봐도 확연한 영재다. 관련된 일화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딸에게 계란 알러지가 있었다.


계란 알러지라니.... 세상에 계란만큼 만만한 아이 반찬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계란알러지라면 심지어 빵도 먹을 수 없단 소리였다. 충격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통해 또 삶의 이치를 배운다.


정말 다 가질 수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그나저나 저렇게 다른 첫째와 둘째.
과연 어떤 것이 세상 살기 더 좋을까?
순한 기질? 튼튼한 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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