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한 온도 Mar 19. 2024

초등학교 수학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첫째는 스마트 학습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 담당 팀장님이 올해부터 교과서가 바뀌었다고 하시더라. 바뀐 교과서 강의해 주는 줌 수업이 있길래 참여해서 들었다.


강의를 마치고 아이의 학습기기를 뒤적거렸다. 내가 미리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아이한테 방향을 설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며 예비 초 부분을 보다가 1학년 부분으로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3학년으로 그러다가 5학년, 6학년으로 학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는데.....


아뿔싸..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수학에 분모의 덧셈 뺄셈이 나왔다.






와.. 분모라니. 언제 들었던 단어인가! 게임처럼 되어있기에 나도 한번 해봤다. 1단계는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2단계에서 지고 말았다.


그리고 드는 생각.


원래 초등학교 수학이 이렇게 어려웠었나????


3학년부터 수학의 굵직한 개념들을 살펴봤다.

<3학년>
* 곱셈, 나눗셈
* 분수, 소수
* 평면도형, 원
* 길이와 시간, 들이와 무게
*자료와 정리
<4학년>
*분수의 덧셈과 뺄셈.
*소수의 덧셈과 뺄셈.
*각도
*막대그래프, 꺾은선 그래프
<5학년>
*자연수 혼합계산
*약수와 배수, 약분과 통분
*분수의 곱셈
*소수의 곱셈
*다각형의 둘레, 넓이
*평균
<6학년>
*분수의 나눗셈
*소수의 나눗셈
*각기둥 원뿔, 구, 공간과 입체
*원의 넓이
*비례식과 비례배분



창피하지만 내가 과연 비례배분이란 단어를 배웠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또 원의 넓이는 어떻게 구하는 것이었는지.. 아마 3.14가 필요했던 것 같은데...

 
내친김에 남편과 함께 재미 삼아 5학년 1학기 경시대회 문제를 풀어봤다. 세상에 재미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 못 풀어서 4학년 1학기 단계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 못해서 맞춘 문제가 5개 중 2개뿐이었다.


5학년 경시대회 문제. 사진 속 답은 우리 부부가 푼 오답이다.


4학년 경시대회 문제. 역시나 오답이다.




머리에 망치를 제대로 맞았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었는데 문제의 난이도가 이 정도일 줄 상상을 못 했다.


충격받은 남편에게 "경시대회 문제잖아"라고 했더니, 그런 위로가 더 자존심이 상한다며 낙담을 했다.


아무리 경시대회 문제라지만.. 초등학교 문제조차 못 풀다니.. 괜히 홍진경 씨가 딸이랑 수학 공부를 같이 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같이 공부해야 할 판이었다.


둘 다 너무 얼얼해서 첫째의 교육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 cdc, 출처 Unsplash


나는 학교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서와 예절, 규칙, 협동 등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함께 배우는 곳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도 라떼는 그런 사회생활과 더불어 공부도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고1 때까지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했어도 성적을 곧잘 받아오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난이도의 상승 정도가 체감상 너무 가팔라서 학교 내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교과서에서 개념을 충분히 배운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마치 중간중간 간주점프를 하고 마디 점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거 이거 내가 손 놓고 있으면 큰일이겠구나 싶은 위기감이 들었다. 사교육은 어쩌면 요즘 교육에 필수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나는 아이 공부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은 없다. '자기 주도'와 '습관'을 가장 1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시각과 판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어야 아이가 자기 주도를 잘할 수 있게 방향 제시를 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내가 자랄 때와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의 교육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친구들 모두가 휴대폰을 소지한 것도 고등학교 때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휴대폰이 생긴다.


10년이면 강과 산이 변한다는데 나와 딸은 강산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뀔 정도의 시간차도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그런 변화를 몇 배나 가속화했으니 교육이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라떼는~ "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하게 느꼈다.


초등학교 수학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니... 그래도 나중에 알게 돼서 허둥대는 것보다는 이제라도 알아 다행이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학 하나만 봤는데도 이렇게 충격적인데, 다른 과목들은 또 어떠할까? 펼쳐보기 좀 겁이 나지만 조만간 다른 과목도 점검해 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여러모로 요즘 세상에서 아이 키우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시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