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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Feb 03. 2023

죽음의 간접 영향권 안에서.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Karen Alm

1월 한 달 동안 내내 나는 죽음의 간접 영향권 안에 있었다. 강아지의 죽음과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는 어른들의 소식, 그리고 젊은 나이에 갑자기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지인까지... 나는 내내 간접적인 죽음의 영향권 안에서 그 영향력을 곱씹어야 했다.

 

가족들과 상의도 없이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세상을 떠난 강아지의 죽음이 연초의 시작이었다. 인생의 반을 나와 살고 나머지 반을 할머니할아버지와 보낸 반려견의 죽음은 처음이었기에 마음에 데미지를 많이 받았다. 유골함을 받아 들고 나서야 무언가를 좀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니까. 뼛가루를 묻어주었고, 묵념하며 기도를 했음에도 그 아이의 사진을 보며 우는 밤을 보냈다.


나는 그 아이의 죽음으로 인생의 마지막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버린 그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되짚어봤다. 쓸쓸했다. 인생 전체가 헛헛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강아지들은 주인에게 고마워했을 거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더욱 미안해서 꺼이꺼이 울었다. 금도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한 죄책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다. 더불어 결국 그 아이의 목숨줄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의 결정에 달려있었음 참으로 애달팠다.


그 이후로 들려오는 르신들의 소식도 그러했다. 하루하루 쇠약해져 가고 나날이 생명력이 소진해 가는 그 광경들을 전달받으며 나 또한 언젠가 겪을 일이라는 게 서글퍼졌다. 나는 과연 늙어가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머리가 하얘지고 관절은 굽어가고 뭐 하나 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그 불편함을 나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수할 수 있을까? 각할수록 공허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분의 소식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보다 불과 2살밖에 차이 나지 않고 처와 자식이 있는 안타까운 죽음. 이제 막 성공의 물꼬가 트기 시작한 그분의 죽음 또한 나는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 신랑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그 누구에게도 분명하게 찾아오는 일이었다.


죽음의 간접 영향권 안에서 나는 내 삶에 대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을지, 어찌 살아야 마지막 순간에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행복 삶이란 무엇인지.


결국 나의 결론은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수 밖에는 없겠구나 싶었다. 힘든 일도 그려려니 넘길 줄도 알고 화내기보다는 미소를 택하며 손해보지 않으려 아등바등 대는 것보다는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삶.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고맙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삶. 가족과 함께하는 그 시간 자체를 온전히 누리며 만끽해야겠다생각했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살다 보면 언젠가 여한이 없 날이 오겠지.


죽음의 간접 영향권 안에서 나는 나에게 남아있는 내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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