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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Nov 07. 2023

신랑에게 들은 5년짜리 위로의 말.

둘째 아이를 낳은 지 13일이 되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자꾸만  첫째 아이를 낳고 키우던 그때를 생각하게 된다.



처음이라 서툴렀고

처음이라 경이로웠으며

처음이라 혼란스러웠지만

처음이라 뜨거웠다.

처음인 만큼 아팠고

처음인 만큼 모든 순간이 빛났다.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바로 첫째 아이를 키웠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신랑이 야간에 일을 했기 때문에 수많은 밤들을 아이와 나 둘이서만 함께 해야 했다. 아이가 보채면 나는 동동거렸고 아이가 울면 나도 같이 흐느껴 울었다. 신랑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밤들이 참 많았다.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차올라 뭉클했지만, 신랑을 생각하면 내 기대치만큼 올라오지 못해 화가 났다. 그리고 나를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만 들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신랑이었지만 때로는 나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외로웠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나도 제법 엄마로서의 삶이 익숙해졌다. 아이가 내 도움 없이 스스로 하는 일들이 많아질 무렵 둘째 아이가 생겼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이제 허둥대지 않았다. 훨씬 편안해진 마음으로 나와 새로 태어난 아이를 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지나온 탓이었다.



조리원에 있는 요즘, 신랑이 난데없이 전화를 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TV프로그램을 보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사뭇 진지한 목소리였다.



신랑은 첫 아이 낳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많은 시간들을 잘 견디고 지나가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지만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우울증 왔었던 건 알지?"

"알지"  



혹여나 울고 있는 티가 날까 봐 목소리를 가다듬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알아줘서 고마워"



고마웠다. 첫 아이를 낳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신랑이 이토록 진지하게 그때의 나를 위로해 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잊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위로의 말을 들으니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었구나 싶었다.



신랑의 5년짜리 위로로 앞으로 아이 키우는 일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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