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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an 29. 2024

인스타 디톡스, 한 번쯤 같이 해보실래요?

최근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디지털 기기를 잠시 중단하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 등을 통해 피로한 심신을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디지털 디톡스라기보다는 SNS 디톡스를 1년 넘게 하고 있는 중이다. 더 정확히는 인스타 디톡스를 하고 있는 중이다. 2022년 9월 3일 이후로 인스타에 일절 글을 올리지 않았다가 최근에 딱 3개의 게시글을 업로드했다.



3개의 글들은 굳이 올려야 해?라는 마음보다 내 근황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업로드한 글들이었다.



하나는 2023년 10월 26일에 둘째 탄생을 알리는 글이었고,



둘은 2024년 1월 7일, 부부모임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웃겨서 동네방네 떠들고 싶어 올린 글.



마지막 셋은 2024년 1월 11일, 우리 둘째의 치명적인 귀여움에 대해 자랑하고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올린 게시글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글을 업로드하고 다시 생각했다. 내가 왜 1년 남짓이란 기간 동안 인스타 디톡스를 했었는지를.






인스타 디톡스를 한 이유는 명확했다.





피로했다. 



게시글을 올린 뒤 좋아요에 집착하는 내가 어느 순간 피로하게 느껴졌다.



파도가 밀려드는 것처럼 쉼 없이 차오르는 피드를 읽으며 그때마다 출렁이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피로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AI는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게시글들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개미지옥 같은 알고리즘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 번 시작하면 1시간은 순식간이었다. 분명 볼 때는 재밌었는데 보고 나면 멍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인스타를 안 들어갔다. 글도 올리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앱을 휴대폰에서 지우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그런 용기 따위는 나에게 없었다. 그냥 며칠 들어가지 않았다. 그 며칠이 일주일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열흘이 되기도 했다.



가끔 기웃거렸다. 친구들이 뭐 하고 사는지만 살짝 들여다보았고, 아이가 갈만한 곳 등을 찾을 때 정보검색용으로만 이용했다.



그래도 1년 남짓 인스타 디톡스를 해본 결과, 좋았던 점 몇 가지를 나열해 보고자 한다.






<비교하는 마음이 잦아들었다>




인스타를 할 때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웠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삶 속에서 가장 반짝이고 빛나는 순간들이 업로드된다는 것을. 그 삶이 전부가 아니고 그들에게도 굳이 꺼내지 않는 고충이 있다는 것을.



그걸 알지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자꾸 비교를 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들을 발견할 때가 문제였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지금 못하고 있는데 게시글 속에서 해맑게 그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마음이 쪼잔하다고 탓해도 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냥 보지 않으면 되었다.



인스타에 들어가지 않자 나는 다른 이의 삶을 볼 기회가 없어졌고 보지 않으니 내 삶과 그들의 삶을 저울질하지 않게 되었다. 내 삶 속에는 내 삶만 있었다. 그러자 비교하는 마음도 잦아들었다. 비로소 편안해졌다.




<정보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다.>




인스타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업로드된다. 한때는 그 정보가 정말 유용했다. 특히 육아 관련된 정보는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좋은 꿀 팁들을 전수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주 들어가 살펴보곤 했다.  



문제는 정보가 어느 순간 너무 많아졌다는 것에 있었다. 아이의 한 가지 행동에 대해 어떤 전문가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또 어떤 전문가는 아예 반대로 하라고 했다. 도대체 어느 분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보다 보면 내 상황에서 해줄 수 없는 일들도 존재했다. 가장 최악은 이미 지나가버린 영아기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다시 아이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가 없는데 그때 그 일을 제대로 못해서 내 아이의 미래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또 어떤 정보들은 앞으로 꼭 저렇게 해야만 좋은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걸 못할 시 나는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도 들었다.  



뭐 그런 게시글을 클릭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보고도 지나칠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니지는 못했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기어코 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란 사람은 애초에 그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을 보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인스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나의 육아지침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정보들을 보지 않으니 역시나 내 육아에 내 아이만 있었다.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시간이 나면 인친들의 근황을 둘러보거나 탐색 창을 열어 세상의 이슈가 가득 담긴 릴스를 봤다.



어떤 건 너무 신기하기도, 어떤 건 너무 웃기기도, 어떤 건 너무 슬프기도, 어떤 건 정말 내 이야기처럼 공감도 됐다. 재밌는 짤들은 인스타 다이렉트 메시지로 신랑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릴스들을 너무 많이 본다는 것에 있었다. 릴스는 아예 안 보면 모를까 하나를 시작하면 꼭 여러 개를 보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다음 릴스를 봤다.



자기 전이 가장 최악이었다. 잠들기 직전 무심코 들어갔다가 하나를 보고 나면 그날 일찍 자긴 글러먹은 날이었다. 그렇게 귀한 내 육퇴시간과 여가 시간은 인스타가 다 가져갔다.



인스타를 들어가지 않자,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었다. 그 시간에 책도 읽었다. 하지만 책만 읽은 건 아니었다. 각 잡고 드라마 정주행 도 했고, 영화도 보고, 유튜브로 내가 필요한 영상을 볼 때도 있고 때로는 늘어지게 낮잠도 잤다.



생각보다 할 것들은 많았고, 그 시간을 빼앗기는 시간이 아닌 내가 선택한 시간들로 쓰니 내 시간에는 내 이야기만 있었다.






결론적으로 인스타 디톡스를 하고 마음이 정말 많이 편해졌다.



비교의 저주에서 해방되었으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져 올려졌다. 육아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며 다른 시간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도모할 수 있었다.



사실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로는 인스타 디톡스가 정말 잘 맞았고 마음의 고요를 선사해 주어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 그냥 조용한 나로 살면 이대로 인스타 디톡스를 지속해도 너무나 좋을 텐데 또 시대가 달라지지 않았는가.



요즘 시대의 작가들은 SNS로 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작품 홍보도 하신다. 출판사들도 인터넷상에서 작가들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하니 아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책을 출판하신 작가님들의 출간기 들을 보면 미리미리 SNS 활동을 해놓으라는 조언들도 많다.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작가님이 SNS 활동을 해주시면 좋다.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답장을 받으면 마음이 콩콩콩 뛴다. 이렇게 팬심으로 가득한데 그런 분들이 운영하시는 SNS라니. 그분들의 삶 속에서 소통? 상상해 보니 참 좋다. 그러니 세상의 흐름과 아예 동떨어지는 일도 똑똑한 처사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그냥 나로만 살 수 있다면 여전히 인스타 디톡스, SNS 디톡스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이 시대에 태어난 이상 그렇게만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하면 빠른 호흡의 일들과 느린 호흡의 일들을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여러분들께 인스타 디톡스, SNS 디톡스를 해보시라 추천은 드려보고 싶다. 직접 해보시면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 '아..! 우리 인스타가 없던 시대에서도 충분히 잘 살았었지?' '혹은 인스타 없이도 잘 살 수 있네?' 생각하실 거다.



알고리즘에 의해 견인당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시간들 속에서 내가 선택한 행동을 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경험을 여러분들도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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