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이 일상화 된 이 미친 세상에서 행복하지 않을 권리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중
내가 좋아하는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다.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탐구하고, 쫓아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만 할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서점이 즐비한 시대. '만드는 사람은 없고 편집하는 사람만 있다(이진재)' 는 글이 참 와 닿았다. 트렌드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삶이 아니라면, 적어도 내 삶을.
'찰칵'.
우리는 하루에도 수 백장의 사진을 찍는다. 오늘 하루를 기억하기 위해 찍는 수많은 순간의 기록들. 머리나 화장이 잘된 날의 내 모습, 근사한 식사, 예뻤던 하늘, 센스 있는 마음에 드는 패션.. 이렇게 본 우리의 하루는 참 좋은 것들 투성이다. 이렇게 모인 좋은 것들은 기억을 위한 기록보다,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조그마한 정방형 프로그램에 편집되어 담긴다. 얼마나 더 좋아 보이려고.
얼마나 좋아 보이려고? 24시간 내내 일시정지 없이 재생된 하루를 정지하고, 누운 하루의 끝 자락에서 문득 나를 만났다. 오늘 하루도 나답게 잘 살아내었는지 되물으려 했는데, 편집이 일상화된 순간 속에서 내 모습조차 스스로 편집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지만 행복하고, 자기다움을 지켜내려 애쓰며,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하다고 되뇌던 나를.
거친 세상에서 다치는 게 무서워 불어넣은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라는 방어막이 어느새 진짜 세상으로부터,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고 있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유리커버 속의 장미 같은. 평범해지는 게, 삶의 부조리를 마주하는 게 아직도 왜 이렇게 무서울까. 그래서 나는 내 삶을 편집하고 있었나 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삶을 직시하고, 반복되고 지루하지만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힘은 위대하다. 날 것 그대로의.
무엇이 편집되지 않은 원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편집이 일상화된 오늘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평범한 순간들을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까 고민만 하며 보내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그리고 잘라내고 보정하고 가꿔진 내 모습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의 나를 마주해본다. 참 어렵다.
거친 길 위에 서는 것. 가려진 커튼을 걷어내는 것.
편집된 행복이 가득한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우린 행복해야만 할까?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힘들다고, 외롭다고, 행복한 척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자괴감, 스트레스, 자기반성이 가득한 어쩌면 행복하지 않은 오늘, 나는 이것이 생임을 비로소 조금씩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