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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21. 2016

[변화]스웨덴에서 나만의 Lagom 찾기

결국 삶은 각자의 만족이다.

    어제는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무래도 공부와 2년 간의 유학생활 동안 무언가를 이루어내야한다는 부담감이 그 동안 내 마음에 큰 짐으로 작용했나보다. 남자친구에게 화가난 것도 아닌데 나는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퉁명스럽게 그의 마음에 바늘을 꽃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내 남자친구는 나의 힘든 마음을 읽어내주었고, 나의 이야기를 두 시간 반 동안이나 들어주었다. 펑펑 눈물을 쏟아내고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훌훌 털어내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정리를 하고 싶었다. 항상 글을 쓰는 동안 내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오늘도 나는 키보드에 두 손을 가지런히 놓는다.


    9월 21일. 오늘은 스웨덴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벌써 한 달이다. 내 자신이 오늘이 한 달이 되는 날인지를 알았는지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어제 잠들기 전 마음을 뒤집어 놓았고 펑펑 울어버렸다. 친구를 사귀는 것, 공부를 하는 것, 스웨덴 사회에 녹아드는 것, 여러가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 등 여러가지를 혼자 또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해내면서 나는 한 달을 보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무능하게만 느껴져서 많이 힘들었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컸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괴롭혔던 것은 공부와 내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에서의 바쁜 삶이 너무나 힘들었고, 우리에게 저녁이 없는 삶이 당연해지는 것이 너무나도 불만이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것을 나누며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한 번 엿보자!' 싶어서 스웨덴 유학을 결심하고 이 곳에 왔다. 하지만 이 곳에 온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 누구도 채근하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자

    스웨덴에 도착하자마자 지금까지 나를 지배했던 것은 '너무나도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정말 어렵게 따낸 소중한 장학금과 나를 아껴주시는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 곳에 온 만큼 2년 동안 남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학업 면에서는 창의성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스웨덴에서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고, 나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다. 생활 면에서는 이 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적용해보고 버팔로마냥 달려만 왔던 피로한 내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나의 너무나도 큰 욕심이었던걸까? 아니면 나의 기대도 너무나 컸던 걸까? 지난 한 달 동안 내 마음의 일부분은 병들고 있었다. 


    나의 석사 1기는 2개의 교과목을 이수해야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Tourism이라는 관광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고 있다. 사실 학교 수업은 1주일에 두 세번 밖에 없는데다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Globalisation, Climate changes, Governance와 같이 광범위한 것들이라 딱히 지금 내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느낄 수는 없었다. 함께 석사 1기를 시작한 친구들이 나 포함 6명이라 수업 시간 내내 의견을 교류하고 교수님과도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만족한다. 하지만 석사생은 학부생과 다르게 처음부터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실질적인 기술을 익힐거라는 내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괴리감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가운데 첫 숙제는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하나 정해서 논문과 저널을 읽고 연구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었다. 과목이 마무리되는 10월 말에 제출을 하면 되었기에 부담이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좋은 저널을 찾는 안목 또한 부족하고, 저널 하나를 이해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렸다. 더군다나 논문도 제대로 작성해보지 않은 부끄러운 학부 졸업생으로서 연구계획은 어떻게 세워야하는지 막막하기만했다. 더군다나 첫 날 교수님이 우리들에게 어떤 연구를 해보았냐고 물었을 때, 다른 친구들은 나는 학부시절 '~한 주제에 대해 연구를하고 논문을 썼다' 라고 담담히 말하는 와중에 논문조차 써본적이 없는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나에게 지어지는 부담감이 나를 너무나도 압박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혼자 해결하고 싶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해결하려 하다보니 내 마음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오늘 함께 수업을 듣는 스웨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How are you?'라고 물으니 한 친구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두 가지 숙제를 스스로 해내가야하는 부담감이 그녀에게도 크게 작용했던 탓이었다. 나만 힘든줄 알았고, 나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나의 친구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평등을 가장 중요시하는 스웨덴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스웨덴과 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우등생이었다. 그래서 몰래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도 그냥 나와 같은 평범한 학생이구나...나는 얼마나 천재적인 것을 기대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에 대한 고충을 함께 털어놓다가 우리는 석사에 대한 각자의 기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 달 이면 어느정도 과목이 진행된 시점이고 모두들 석사의 목표가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섣부른 판단이었다. 여러 학분분야에 걸쳐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이해하는 관광학의 특성이 우리의 목표를 뚜렷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리학과 토목, 환경공학 등 문/이과에 걸친 Spatial Planning을 공부하는 친구도 아직 시작이라 더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혼자 힘든 것도 아니며, 우리들이 어떤 배경을 지녔던 간에 학생으로서 그리고 삶을 가꾸어 나가는 단계에 서 있는 젊은 청년들로서 각자가 하는 고민하는 것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현상을 섣불리 판단했던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채찍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문제 상황을 대면하고 맞서지 않는 이상 무작정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당연한 것들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하다보니 내 마음의 적신호가 발생했다. 너무 느슨하게 나의 고삐를 풀어서도 안되지만 내가 처한 시기와 상황에 따라 긴장의 고삐를 푸는 정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하지 않을까.


각자의 Lagom 정의는 무엇인가요?

    스웨덴 사람들에게 가장 스웨덴을 대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Lagom이라고 답한다. Everything should be in moderatoin(모든 것은 적당한 선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사실 스웨덴 내에서도 이 단어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보다 평균을 지향하게 만들어 우리의 잠재력을 100% 이상 끌어내지 못하기도 한다며 Lagom이 주는 가치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 바는 각자가 삶에서 산술적인 평균의 Lagom을 정립하기보다 내 자신이 스스로의 파워게이지를 때에 따라 조절 할 수 있는 Lagom 스탠다드를 정립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적은 남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있는만큼 각자가 스스르의 Lagom 스탠다드를 세우고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여유를 즐기며 스스로가 만족하는 시간들을 보내길 바란다. 우선 나부터!


-스웨덴, 우메오 생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lk2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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