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목적이 아닌 도구이며, 강도가 아닌 빈도니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건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구나
우린 앞만 보면 살도록 배웠으니까
빛나지 못하는 거야
-바코드 가사 중 일부(김하온&빈첸)
그래서 무작정 스웨덴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행복해 지고 싶어서.
사실 행복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추상적인 관념으로만 알 뿐이었다. 인간이면 누구나 마땅히 추구할 권리이자 삶의 목적. 고등학교 시절 윤리 교과서에서 만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행복은 실체가 없었지만, 삶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무언가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신 매일 행복한 경험을 자주 하려고 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닌 도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5년 전 행복에 대한 내 관점을 바꿔 버린 책, '행복의 기원'을 만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행복의 비밀을 알았다. 저자 서은국 교수는 30년 동안 행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권위 있는 학자다. 전 세계적으로 행복에 관한 연구 인용 시 가장 인용이 많이 되는 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진화론에 근거해 여러 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하며 행복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으며, 이 행복감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잘 맺을 때 발생한다. 우리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리를 지어 살아남았고, 우리는 그들의 자손이다. 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고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신호가 뇌에서 분비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 그 순간에 행복이 존재하며 아무리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궁극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갈망한다. 다만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먼저 남에게 다가서는 게 어려울 뿐.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가 이들이 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
그토록 살고 싶었던 북유럽 스웨덴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귀국 한 지 3년 반이 흘렀다. 그토록 떠나고 싶던 한국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귀국 후, 약 10년 만에 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에는 엄마와 함께 하는 서울 구경과 치맥이 행복이었다. 연애를 하는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달리기, 사이클링 등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다. 엄마나 친한 친구들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고, 내 사람들끼리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행복이다. 별거 아닌 일상에 행복은 깃들어 있었다. 래퍼 김하온과 빈첸이 노래한 대로 행복은 어디에나 있었다. 오히려 찾으면 찾을수록 어디에도 없었다. 행복감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일이 뭔지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