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work: 스웨덴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요?
대학 2학년 시절 글쓰기 수업에서 당황스러운 질문 하나를 받았다.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 2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글쓰기 책의 수 만자의 활자 중 책 단 1g의 무게도 차지하지 않았을 20 여자에 불과한 질문이었지만 이 질문의 무게는 상당했다. 한 동안 벙져 앉아있다가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내린 답은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한국의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보낸 시간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동시대에 살면서 나와는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넘어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커져 나갔다. 이 호기심은 나를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곳을 여행하도록 이끌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혹은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체험하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출신 나라, 자라온 배경, 경제적 수준은 모두 다 달랐지만 그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존중하며,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함을 바탕으로 물질적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그 방식은 모두 다 달랐지만 추구하고 있는 것은 비슷했다.
유랑을 잠시 멈추고, 스웨덴에 정착하다
2011년 시작된 여행을 시작으로 이 세계를 유랑자처럼 돌아다니다 2016년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왔다. 석사를 목적(이라 쓰고 수단으로 마음에 새긴다)으로 왔지만 사실 이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이 세상에 파라다이스는 없지만 적어도 이 곳은 돈이나 권력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좀 더 인간적인 사회라는 것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이를 발현할 기회를 주며,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 스웨덴에 어렵사리 온 만큼 이 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석사 생활을 시작한 초기에는 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사회에서 고립된 채 오히려 도서관에 터를 잡고 전공 논문에 파묻혀 살았다. 그런데 내가 목표하던 것이 이 것뿐만이 아님을 내 마음은 알고 있었는지 날이 갈수록 나는 스스로 나의 자유를 억압하며 참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불안, 슬픔, 짜증을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어내다 스스로 대화를 시도하고 주변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훨씬 자유로운 존재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삶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내가 여행을 통해 만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나는 많은 영감을 받았듯, 지구 차원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한 개인의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또 다른 개인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날 수는 없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우연(이라 쓰고 인연이라 읽는다) 히 만나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스웨덴은 '국가는 국민이 집이 되어야 한다'(스웨덴에서 44년 동안 집권한 사민당의 정책은 이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구 상 많은 나라들 중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이 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어도 거시적으로는 우리가 꿈꾸는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는데 미시적으로는 개개인이 용기를 갖고 각자의 작은 꿈을 키워나가는데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누군가는 지구 인구 전체 차원에서 보면 평범하고 힘없는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연히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자신과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기운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들 사이의 다리가 되기 위해 오늘도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오늘 그 첫 스타트를 끊었다. 생물학자로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베이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5년째 Bass & Friends라는 콘서트를 열어오시는 스반테(Svante) 할아버지. 친구 해린이가 할아버지와 함께한 콘서트 덕분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여쭤봤는데 흔쾌히 초대해주셨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음악, 정치, 삶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리는 오늘 첫 피카를 함께 했다.
* 다음 이야기 접시는 스반테와 나눈 삶, 음악, 스웨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