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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12. 2023

인생도 결혼도, 하지 말라는 대로 다 한 유교걸의 결말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독자분들께 인사 드립니다.
결혼과 브런치북 출간 준비로 바쁘다는 핑계를 포장지 삼아, 제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괜한 고집 아닐까? 내가 뭐 특별하다고.'
하지만 더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했어요. 스스로를 아껴주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니까요. 대신 겸손하게 삶에 주어진 것들을 경험하고, 삶의 다양성에 목소리를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 결혼 생활을 해 나가며 마주하는 사고의 확장을 여러분들과 또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세계도 댓글로 함께 공유해주세요!




10대의 저는 극한의 모범생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부모님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착실한 학생이었죠. 20대 초반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사회가 요구하는 모양대로 저라는 사람을 다듬어 나갔어요. 남들과 달라지는 게 무서웠고,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했으니까요.


불안이라는 동력을 난생처음 끈 건 22살 가을이었습니다. 그해 처음 삶에서 가장 가까이서 죽음을 경험했거든요. 이대로 살다 간 나라는 사람의 흔적도 없이 이 세상을 떠날 것 같았어요.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생의 간절함이 저를 휘감았습니다.


그래서 자꾸 해외로 나갔습니다. 도피하는 마음 반, 희망은 밖에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 반이었어요. '한국이 싫어서'의 이유는 '한국이 무서워서'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에 터를 두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해외로 나갔어요. 스무 살까지 여권도 없던 제가 36개국을 여행하고, 4개국에 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탈출하고 싶던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로 했어요. 긴 여행의 끝에 어디에 살든 '나만의 나라'를 세울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조금은 얻었거든요. 그리고 '나만의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갈 평생의 반려자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말이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8월의 끝자락에, 사랑하는 영국 남자와 경기도 양평의 한옥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하객들 불편하게 왜 그렇게 멀리서 결혼식을 하니?'

'이 더운데 굳이 야외 한옥에서 할 필요가 있니?'

'돈 아끼지 말고 그냥 웨딩 업체 통해서 하지~ '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웨딩 플래너도, 디렉팅 업체도 없이 온전히 제 손으로 정성스러운 축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멀리 오셔야 하는 수고로움도 무릅쓰고 달려와 주시는, 정말 소중한 분들을 모시는 자리니까요. 그리고 그 선택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음을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어요.


'나까지 다 기분 좋아지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네 ㅎㅎㅎ' 라고 전해주는 친구.

' 사실 멀어서 좀 걱정했는데, 먼 것도 여행하는 기분들고 좋았어요. 특히 한 편의 영화 같이 너무 아름답고 즐거운 결혼식이었어!' 라고 손수 인사를 전해주는 동료.


혼자 준비하는 데다 부족한 신부이기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혼식이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음에 꿈같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부케는 받고 싶은 모든 분들께 던졌어요. 그리고 신랑과 함께 춤추며 퇴장했어요.

얼마 전 손수 꾸린 결혼식을 올린 친구가 그러더군요.

'언니, 결혼식이 너무 행복해서 결혼을 한 번 더 하고 싶어!'

어쩌면 많은 분들껜 결혼식이 축의금을 내야 하는 자리이거나, 얼굴만 비추고 밥만 먹고 가는 사람이 대다수인 부담스러운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랑 신부와 가족 그리고 하객 모두가 행복한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부모님 설득, 밀고 나가는 뚝심, 불평하는 주변인들에 능청스럽게 대응하기와 같은 전략이 필요하지만요.


능청스러운 남편의 입장
몸치 박치인 저희가 춤도 췄어요


' 넌 한국인이면서 왜 그렇게 외국인 흉내를 내니?'

'왜 굳이 남들이 안 하는 일을 사서 벌려서 하니?'

극한의 모범생에서 유별난 애로 찍힌 지난 10년. 내가 사랑하는 조국이, 나를 힘들게만 하는 것 같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살든 한 번뿐인 삶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바라는 삶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알려주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여러분의 나나랜드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에도, 외국에도 정답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그렇지만 그것이 희망이었던 까닭은 저만의 답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사고의 확장과 마음의 여유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온전히 세상을 마주하고자 매일 벌인 작은 투쟁 덕분에, 제 두 발로 단단히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계속 성장하고 질문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곳, 두 발을 딛고 서서 살아가는 현재의 어느 곳이든 자신만의 ‘나나랜드’ 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토피아가 그러하듯,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고 존재할 수 있으나,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며 완전할 수 없는 나나랜드를 함께 만들어 나가요, 우리.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기 위해, 책 홍보를 하는 저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나를 둘러싼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 카카오톡 선물하기: https://bit.ly/466Dyux


나나랜드를 꿈꾸는 여러분과 연결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lk2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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