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 는 모토에 스웨덴 국민들은 응답했다.
SWEDEN?
여러분은 스웨덴 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시나요? 지난 8개월간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살면서 어떤 것들이 가장 흥미롭고 제 가슴속에 많이 와 닿았는지 고민을 해보았어요.
'피카, 겨울, 지속가능성, 자전거, 커피, 교육, 평등, 복지, 정치, 자연' 등 정말 많고 많은 스웨덴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떠올랐지만 그중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6가지를 SWEDEN 알파벳을 가지고 뽑아보았어요.
1. Social Trust(사회적 신뢰)
2. Welfare(복지)
3. Education(교육)
4. Diversity(다양성)
5.Equality(평등)
6.Nature(자연)
이 6가지예요. 앞으로의 포스팅에서는 스웨덴 사회에서 중요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이면서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 그 6 가지에 대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Social Trust(사회적 신뢰)
사회적 신뢰는 국가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 중 하나예요.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좋은 삶(웰빙)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죠. 사회적 신뢰는 정부, 법, 구성원 간의 신뢰 등 다양한 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정치적 신뢰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제가 스웨덴에 오기 전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회 구성원들의 높은 정부 신뢰도와 적극적인 정치 참여였어요. 스웨덴에 오기 전 KBS 다큐멘터리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를 찾아 시청한 적이 있는데, 방송을 통해 비친 스웨덴 정치인들의 모습과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은 거짓말 같았어요. 청렴과 검소를 미덕으로 여기며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임을 명심하며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24시간 노력하는 스웨덴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죠.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서 부와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로 갖은 특권을 누려왔고, 저 역시도 이를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정치인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우리의 대리인으로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건데, 언제부터 저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 하면 '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아'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스웨덴에 온 후 제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정치인들의 모습이 사실일지 궁금했어요. 아직까지 아쉽게도 정치인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일생동안 스웨덴의 정치/사회 발전을 함께 경험해 온 스웨덴 할아버지를 인터뷰하면서 조금은 스웨덴 정치와 스웨덴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60 후반대의 스반테 할아버지는 스웨덴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에 굶주렸던 국가에서 지금의 부강한 복지국가가 되기까지 스웨덴 사회민주당(사민당)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려주셨어요. '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를 모토로 사민당은 모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 왔고, 그 결과 50여 년간 집권을 할 수 있었죠. 사민당이 모든 국민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지금 스웨덴 사람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 안전망 속에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으며 인간답게 각자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정책 덕분에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존엄받는 삶을 영위하면서 스웨덴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가 점점 쌓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 신뢰가 한순간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 일을 함을 보여주고, 이에 국민들이 선거에서 답하면서 스웨덴은 높은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스웨덴이 부정부패가 전무하고, 모든 정치인이 100% 청렴한 국가는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미디어는 정치인들을 항상 감시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스반테 할아버지의 말씀은 더욱 가슴 깊이 울렸어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할아버지가 직접 당원으로서 정당의 감사활동에 참여했던 사실은 스웨덴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를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지 제게 보여주었고, 정치를 제 삶과는 먼 활동으로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스반테 할아버지 인터뷰:https://brunch.co.kr/@enerdoheezer/36
실제로 스웨덴은?
실제로 스웨덴은 전 유럽 국가들 중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타 국가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꽤나 높은 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보입니다. 마지막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는 스웨덴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이웃 국가들인데, 상대적으로 스웨덴(1천 만)에 비해 반 정도 되는(5백만) 더 작은 국가들이에요. 인구수가 정치 신뢰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고 이를 정치가 반영하기는 얼마나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스웨덴이 난민을 포용하고 있죠. 이에 따라 사실 요즘 스웨덴 사회 내에서도 난민 정책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특히 난민 외에도 이민자와 난민을 모두 추방하자는 스웨덴의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늘날 30%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스웨덴 사회의 정치 신뢰도 및 상호 신뢰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저는 쉽사리 스웨덴 사회가 지켜온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제 주변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에 가기 전 우메오 대학교에 공부하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대학생들이 극우세력에 반대하는 manifestaion(시위)에 참가했어요. 스웨덴 민주당 당수가 우메오에 와서 연설을 펼치기로 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죠. 실제로 이 당수는 시위대의 저지로 인해 연설을 할 수 없었죠. 그리고 얼마 전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테러 이후에도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더욱 서로 격려하며 스웨덴 사회의 연대를 위해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점점 극우세력이 세력을 키워나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극우주의에 반대하며 사랑과 인권 그리고 사회 통합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 많으로도 여전히 희망은 있고, 촛불은 타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 역시 사회의 변화를 위해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 곳 스웨덴에서도 '좋은 사회'를 위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까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목소리와 목소리가 모이다 보면 행동이 되고 그 행동이 하나씩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오늘 이 곳 브런치에서 제 목소리를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