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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Aug 07. 2022

노오란 카스텔라

어릴 때

엄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어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늘 바빴다

엄마의 얼굴보다 바쁘게 뭔가를 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게 익숙했다

그때 엄마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청회색 빛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스산하다


그렇게 바빴던 엄마가

전기팬에 카스텔라를 구워줄 때가 있었다

엄마 옆에서 꼼짝 않고 반죽이 익기를 기다리던 설렘

엄마가 팬의 뚜껑을 여는 순간 풍기는 달콤한 냄새

부드럽고 따뜻했던 노오란 카스텔라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차오르행복


이제야 알겠다

엄마의 사랑은 말이 아니었다

나를 위해 엄마가 애쓰는 순간,

그 순간순간이 모두 사랑이었다


엄마의 뒷모습은 더 이상 청회색이 아니다

카스텔라를 닮은 따뜻한 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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