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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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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Oct 01. 2021

이번 장래희망은

아홉살 아이의 말

"엄마, 작가들은 집에서 하루 종일 글을 쓰는데

돈은 어떻게 벌어?"

"쓴 글이 책으로 나오면 돈을 벌겠지."

"그럼 나, 작가 될래.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글도 쓰고 돈도 벌 수 있잖아."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운 발상이다.

요즘 아이는 웹툰 '오무라이스잼잼' 단행본에 푹 빠져있는데 거기에서 작가가 집에서 작업한다는 내용을 보고 돈은 어떻게 벌어 생활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이의 장래희망은 계속 바뀌는 중이다.

내가 읽으려고 산 악동뮤지션이 쓴 책을 몇 번 읽더니 자기도 수현이 언니처럼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겠다더니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다고 화가가 된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자기가 식물에 관심이 많으니 식물원을 운영하는 식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작가다.


뭐가 됐든 해보고 싶은 게 있다는 게 반갑고,

그것은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바뀌어간다.

아이에게 늘 '그게 뭐든 네가 행복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네가 원하는 일은 분명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일 거라고 덧붙이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게 꼭 거창해야 되는 건 아니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 주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저녁마다 아이와 함께 '초원의 집'을 읽고 있는데 자기도 글을 써보겠다며 목차도 구상하고 그에 맞는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쓰고 있다.

때로는 새롭고, 때로는 패러디 같은 내용인데 쓰면서 즐거워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가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들은 잠시 접어둔다.

지금 내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면 알게 될 일들이니 그때 가서 얘기를 나눠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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