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해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통화를 할 때면 부모님은 늘
여보세요 대신에 "예쁜 딸~!"하고 부르셨다.
함께 살 때는 이렇게 불려본 적도 거의 없고
두 분이 평소에 애정표현을 잘하시는 분들도 아니라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해 한참을 침묵했다.
이십 대 후반 원하는 대로 취업도 잘 되지 않아
마음고생 끝에 들어간 직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
사랑한다, 결혼하자는 남자 친구의 말이 공허해지는
존중받지 못하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어느 날
부모님과의 전화통화에서 들려오는 "예쁜 딸"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나도 우리 집에서는 귀하고 예쁜 사람이지.'
나를 예뻐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귀하고 예쁘게 대해주지 않는 사람과
계속 만나는 건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으로 존중 없는 연애나 결혼을 할 바에는
혼자 살겠다고 다짐했다.
존중할 줄 알고, 존중받을만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그런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그 모든 시작은 부모님의 한마디,
"예쁜 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