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jin Feb 05. 2023

동물병원을 옮긴 내막

24시 동물병원과 개인 동물병원


 입원시킨 다음날 오전, 병원에서 카톡으로 뽀 사진을 보내왔다.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도 반가워서 남편과 함께 사진을 보고 또 봤다.


 병원에서 카톡으로 보내주었던 사진들.

 

 낯선 곳에서 각종 검사를 받느라 고생했을 녀석의 얼굴을 보니 짠하다. 한편으로는 안전하게 보호받으니 안심되고, 얼른 다시 보고 싶어서 애틋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비가 걱정된다. 고양이 사진 한 장에 이렇게 여러 감정이 뒤엉키다니.


 오후 늦게 주치의 선생님이 전화로 뽀의 상태도 알려주셨다. 혈액 검사 후 소독과 치료를 하고 있고, 밥도 잘 먹고 있고, 건사료보다는 습식사료를 잘 먹는다… 등등. 사람이 입원해도 의사가 직접 전화로 상태를 알려주는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동물병원은 놀라운 곳이구나.


 알고 보니 24시 동물병원은 동네 병원들보다 의료 및 서비스 인력이 풍부하고 보다 전문화된 시설이 존재하는 2차 병원이었다.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운영하는 응급실 역할을 포함하기에 24시간 내내 운영하니 1차 병원보다 비용이 높을 수밖에. 하루 이틀이면 괜찮겠지만 장기 입원에 따른 높은 비용을 낮추려면 보다 작은 병원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았다. 기왕이면 원장님 한 분이 집중해서 치료해 주실 수 있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온라인 카페에서 동물병원에 관한 글들을 모두 정독한 결과,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병원은 두 군데로 추려졌다.


 먼저 A 병원에 전화를 걸어 치료 가능 여부를 물으며 카톡으로 뽀의 사진을 보냈다. 병원 측에서는 고양이의 상태를 직접 봐야 하겠지만 통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네? 통원이요?"


 통원이라면 우리가 뽀를 직접 소독하고, 약도 먹이며 병원에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뜻일 텐데, 아직 손 한번 대보지 못한 녀석과 그런 일이 가능할까? 입원은 안 되는지 물어보니 아쉽게도 통원만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렴 입원비만 빼도 비용은 많이 줄겠지만 그러다 괜히 잘못되는 게 아닐까 싶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음날 B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영업종료 시각이 다 되어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아 내일 다시 하자고 생각하는데, 잠시 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원장님이신 듯!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경계심 많은 길냥이인데 진료가 가능하시냐고 여쭈니 선뜻 데려오라고 하셨다. 입원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뽀의 상태를 보러 24시 병원에 면회를 갔다. 고양이 면회라니. 난생처음 하는 경험이다. 담당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고, 뽀는 그새 조금 기운을 차렸는지 예전처럼 하악거렸다. 조금 더 안정시키고 병원을 옮기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 이틀 더 치료하고 다른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동물구호단체의 시민구조치료비 지원도 알아봐야지.




 

 길고양이 구조에 대해 누군가는 모금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동물구호단체들을 알아본 까닭은 1. 모금을 해도 생각보다 성과가 없으면 어쩌나 싶고 2. 불특정 다수에게 오해받을까 봐 부담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구호단체들은 대부분 정기후원 회원에게 일반회원보다 많은 치료비를 지원했고(동물권행동카라/동물자유연대), 후원회원이 아니면 아예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ex.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정기후원을 한 적은 없지만 얼마 전 일시후원을 했던 동물권행동카라 지원을 신청해 보기로 했다. 유사한 성격의 동물자유연대는 3월부터 치료비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치료가 끝난 후에야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퇴원하고 B병원에 가보기로 한 날- 오전에 24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미리 퇴원을 요청했다. 오후에 도착하니 그날도 담당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다른 분의 권유로 마지막 슈가드레싱(소독)을 하고 병원비를 결제했다. 처음 낸 비용을 포함한 4일간의 치료비는 총 142만 원. 3주 이상의 긴 치료를 그 수준의 비용으로 이어가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이었다. 쾌적하고 친절한 곳이긴 했지만 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B병원의 순한 페르시안 고양이.

 

 찾아간 B병원은 아담한 규모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병원에서 키우는 듯한 뚱한 표정의 페르시안 고양이가 반긴다. 털이 엄청 부드러웠다. 미리 준비해 간 혈액검사지와 엑스레이를 보여드리니, 생각보다 고양이가 많이 어리네요~! 하고 놀라며 이 정도면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고 관심을 표하는 원장님. 치료 기간은 좀 걸리겠다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손에는 동물들이 할퀸 자국이 가득했고, 간호사님은 츄르를 좀 줘야겠다며 긴장한 뽀를 담요에 감싸 안고 나오신다.


 만화책에서 나온 듯 꾸밈없는 두 분을 보며 "면회는 언제쯤 오면 될까요?" 하니 굳이 오실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필요하면 먼저 연락을 드리겠다고, 드레싱도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매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합리적인 말씀에 뽀를 맡기고 나오는 발걸음이 어쩐지 가벼워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고양이 구조, 그 험난함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