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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Jun 29. 2023

조아샌드가 참 좋았는데

어릴적 잊을 수 없는 그 맛

 

적은 돈으로도 행복을 주는 것.

혼자만의 기쁨을 위한 것.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먹으면 더 재미있는 것.

고기와 우유와 생선과 달걀은 끊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

바삭하거나 달콤 혹은 짭조름하며,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는 반복 동작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

과자란 대체 뭘까?




 

 무슨 맛일까? 식감은 어떨까?

 슈퍼마켓 진열장에는 각종 디자인의 반짝거리는 봉지와 종이갑들이 채워져 있었다. 어른도, 아이도 과자 앞에서는 동등한 손님이다. 나는 과자 쇼핑이 좋았다. 혹시 먹어보지 않은 게 있다면 신제품뿐이요, 먹어본 과자는 하나하나 어떤 맛인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한동안 과자를 끊어보기도 했지만 통틀어 1주 정도였을까? 온 가족이 과자를 좋아하는 것도 멀리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어린 날들. 그때도 과자는 배가 고파서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과자를 먹는 행위를 '군것질'이라 불렀던 걸 보면. '군살', '군식구', '군입정' 등 '군'으로 시작하는 단어치고 긍정적인 뜻을 가진 어휘가 있을까(군고구마, 군밤 이런 건 빼고).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과자는 동전 몇 개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이자 소중한 취미였고, 삶에 꼭 필요하지는 않아도 생기 넘치게 하는 무엇이었다. 자라서는 과자가 즐거움과 기쁨뿐만 아니라 위안까지 주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특히 감옥처럼 느껴졌던 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준 건 교복 호주머니 속 과자 한 봉지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일 저녁 빈백에 기대 넷플릭스를 보다가 문득 '조아샌드'라는 이름이었던 과자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조아샌드를 검색하니 고양이 모래(00 ‘샌드’!!)만 잔뜩 정렬된다. 고양이 집사인 날 간파하고 이러나?  

 결국 아주 선명한 사진은 찾을 수 없었지만 위와 같은 포장 이미지가 나왔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 과자를 설명하면…

 우선, 쿠키 하면 생각나는 '버터링 쿠키'보다는 단단한 밀도를 가졌다. 색은 조금 더 흰 편이고 두께는 좀 더 얇다. 혹자는 롯데샌드와 닮았다고도 하겠지만 단연코 비교 불가한 맛이다. 가운데 콕 박힌 빨간 잼이 진하고 쫄깃한 맛이라 이 잼을 마지막까지 아껴두곤 했다. 가루가 계속 떨어지는 탓에 먹으면서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후렌치파이'와 달리, 한입에 깔끔하게 쏙 들어가는 조아샌드는 먹기에 우아하고 그리 달지 않았다.


 후렌치파이가 겹겹이 바스락거리는 파이의 식감과 풍부한 잼량으로 승부한다면, 조아샌드는 부드럽게 톡 하고 부서지는 쿠키의 질감 가운데 박힌 상큼한 잼이 포인트인데 그 아래 얇은 크림이 깔려 있다. 하지만 같은 시절에 동일한 회사인 해태에서 나오던 후렌치파이는 지금도 판매되는 반면 조아샌드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왜 좋은 책과 맛있는 음식은 빨리 단종될까.

 치즈처럼 진한 버터향에 다보탑과 첨성대 등이 그려진 고풍스러움이 돋보였던 롯데 '쵸이스 비스킷', 달콤 바삭한 슬라이스 아몬드가 뿌려져 고도의 칼로리를 불사하고 사 먹던 크라운 '프랑소아',  엄마가 특히 좋아했고 이후에 나온 블랙죠보다 훨씬 담백하고 견과 함량이 높았던 해태 '매치매치바' 등,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의 과자들을 떠올리다 보면 조아샌드도 반드시 생각이 난다.

 뉴트로가 여전히 인기라니 간절히 바라면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새로운 과자는 요즘도 나오지만 예전 과자의 추억과 감정들을 압도할 수는 없는 것같다. 과자를 대신하는 먹거리가 많아지고 성분을 꼼꼼히 따지게 된 탓도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기 전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미리 모두 안다면 그를 가슴으로 온전히 만날 수 있을까. 어릴 때와는 달리 "이거 맛있겠다!" 싶어서 집었다가도, '산도조절제 1', '산도조절제 2'나 '혼합제재', '~맛 시즈닝' 등의 표기를 보면 아쉽지만 봉지를 내려놓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상 속 바삭한 즐거움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과자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좋지 않은 성분(방부제, GMO, 유화제, 트랜스지방 etc.)이 덜 들어간 새 과자와 꾸준히 나오는 과자들을 잘 살펴보고 골라 먹는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과자의 맛 자체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손에 든 과자를 요리조리 관찰하고 있으면 남편이 웃으며 묻는다.


"너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응.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걸 만들 수가 있지. 식감도 그렇고. 미친 건가."


 아직도 뛰어난 가성비와 가심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과자들, 그리고 좋은 과자를 연구함으로써 인생에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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