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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Sep 01. 2023

소설 창작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본 날


 유난히 무덥고 습했던 8월이 가기 전, [The red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창작 마스터클래스]를 신청했다. 아무리 찾아도 클래스에 대한 (내돈내산) 후기를 볼 수 없고, 감당할 시간이 날지 일주일 넘게 고민했지만 결국! 언젠가는 꼭 소설을 쓰고 싶다고 외쳐온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


 

 서른 즈음 이문재 시인의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수업(당시 많은 도움을 받은)을 듣고 그 외의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다. 브런치를 알게 되어 혼자 조금씩 글을 쓰다 출간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에세이 형식의 글과 달리 소설은 첫발을 내딛기가 막막한 기분이었으니.


 좋아하는 작가에게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소설 창작 클래스. 놓치기가 더 어려운 건 아니었을까? 첫 번째 과제 - 멈추지 말고 무엇이든 5분 동안 종이에 써보기- 는 나의 빈약한 현재 의식의 흐름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듯했다. 히히. 그건 부끄러워서 이곳에 올리지 못하겠고 두 번째로 쓴 글을 남겨본다.


 두 번째 과제는 타로카드를 십자형으로 뽑아 카드를 해석하면서 짧은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것. 전에 쓰던 마르세이유 타로(강의에 나온)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찾을 수 없어서, 집에 있던 다른 타로카드 5장을 뽑아 순서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꽤 신기한 체험이다. 내돈내산 수업 후기가 필요했던 분께도 참고가 되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먼저 다섯 장의 타로 카드를 뽑았다.


1. 주인공 - Justice 카드


 그는 세상의 정의를 심판하는 사람이었어. 사건을 냉정하게 통찰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그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베일에 싸인 것처럼 보이게 할 때도 많았지. 그는 생동감 넘치는 현실의 삶보다 자신이 만든 견고한 콘크리트빛 성 안에 살기를 좋아했어. 정의의 기준은 경우에 따라 모호하거나 다르게 보일 때가 많지. 그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통해 충분히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어.

 공정함과 강직함을 추구하는 그는 다른 한편 깃털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마음의 소유자였어. 때문에  상황을 더욱 치우침 없이 바라보려고 애썼지. 그에겐 정의가 곧 선이었거든.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신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했어. 평소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지. 나약한 인간과 친해지기보다는 한순간이라도 완벽한 정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2. 주인공의 모험- The Hermit 카드


 어느 날 그는 오랜 친구와 가족들조차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누구와 대화해도 끝내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한 거야. 스스로의 남편이자 아내, 어머니이자 아버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았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인 자기 안에서 진리를 찾아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었지.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이고 신은 누구인가? 창조의 기원과 우주의 실체는? 그런 문제들 말이야.

 세상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진실을 발견하겠다는 신념으로 혼자 걷는 길은 때때로 소름 끼치게 외롭고 두려웠어. 포기하고 싶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깜깜한 날들이었지만, 그때마다 꺼지지 않는 내면의 등불을 보며 의지를 굳게 다잡곤 했지.


3. 주인공의 조력자 - The World 카드


 그의 내면에는 사실 그의 긴 여정을 위한 모든 요소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어. 원하는 보물을 끝내 찾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키우기 위해, 점점 더 혹독한 시험과 시련을 겪는 것뿐이었지.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자신의 깊은 내면에 신과 같은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그저 손을 뻗기만 하면 모든 걸 창조하거나 모조리 없앨 수도 있는.


4. 모험의 장애물 - The Sun 카드


 타고난 능력을 깨우기 위해 그가 배워야 했던 건, 낯선 주제인 ‘사랑'이었어. 누구에게나 똑같이 내리쬐는 태양과 같은 마음, 누군가를 수단으로 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목적으로 대하는 태도, 이성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숭고하고 특별한 그 감정 말야. 한 존재는 사랑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생명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인간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즉 판단하지 않는 일은 그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었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옳고 그른 것을 열심히 판단해 알려주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어왔으니까.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과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거든. 객관적이라는 단어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기만적인 망상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야.


5. 모험의 결말 - The Fool 카드


 결국 그는 자신의 정신적, 영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하게 돼.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신 몸으로 부딪치고 행동하면서 나타나는 지표와 직관에 따라 살아보기로 했지. 만물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자신과 그들이 본래 분리할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달아갔어.

 언젠가부터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 평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놈이, 가끔 놀랄 만큼 현명한 소리를 한다고. 어떤 생각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는 점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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