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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Feb 17. 2021

사과의 품격

독일과 일본 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은 히틀러에 순응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도 알았지만 침묵했다. 


그래서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의 공범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인의 자세는 어땠을까?      



피해 관련자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당시엔 어쩔 수 없었노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잊고자 하니 정말 잊혔다. 


전쟁범죄의 집단 망각, 그리고 역사 왜곡.         


피해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특히 가장 피해가 컸던 폴란드는 독일이라면 이를 갈았다.      



그렇게 25년을 보내고 1970년 12월 7일. 


폴란드를 방문한 독일(당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2차 대전 때 사망한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_ “말로는 도저히 참회를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독일인은 폭발한다. (독일인의 41%만 빌리 브란트의 행위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_ “전쟁 끝난 지 25년이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_ “총리가 무릎을 꿇다니. 국격 훼손이다.”  


_ “폴란드는 공산국가잖아. 총리는 빨갱이다.”     



하지만 나라 밖에선 기적이 일어난다. 감동받은 폴란드 국민들이 독일을 용서하게 된 것. 


‘전범국가’란 이미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독일인은 깨닫는다. ‘가해자는 끊임없이 반성해야 하는구나.’      


노벨평화상을 받고 있는 빌리 브란트. 1971년


이후 독일 국민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가르쳤고,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사람은 법으로 응징했다. 


피해자들에겐 지금까지 반복해서 사과와 보상을 하고 있다.      


폴란드 사람들은 왜 독일을 용서했을까?      



진심으로 사과를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      


독일이 앞장서 전쟁범죄를 반성하고 그에 합당한 조처를 취하기 때문에 이젠 어떤 나라도 독일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무릎 꿇음으로 독일은 위대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이런 면에서 일본을 보면 안쓰럽다. 


일본은 장점이 참 많은 나라다. 존경받기에 충분한 나라다. 


하지만 존경받지 못한다. 그 이유를 일본인들은 알까?       


('1센티 인문학' 99장)          


( * 윗세대의 잘못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라고 반문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세대가 요즘 한국 청년세대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잘못을 물을 땐 '일본, 일본인, 일본 극우, 일본 청년세대'를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일본 역사와 문화를 깊게 공부하고 직접 일본을 방문하면서 필자는 일본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했다. 몇몇 치명적 결함을 제외하곤, 일본과 일본인에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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