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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Feb 18. 2021

사과는 미래를 바꾼다

독일과 일본 2


학살, 인신매매, 성노예, 착취, 강제 노역. 


1900년대 초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일본이 주변국들에 저지른 흉악한 범죄들.


동남아시아, 중국, 특히 한국에게.



하지만 상당수 일본인들은 인정하지 않는 사실(事實)이자 사실(史實). 


※ 사실(事實): 실제로 있었던 일

※ 사실(史實): 역사에 실제로 있는 사실(事實)



아예 역사를 바꾸려고도 한다. 


① 전후(戰後 2차 세계대전 후) 우리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일본인의 긍지를 잃게 만들었다.


② 자자손손 계속 사죄해야 하는 죄인처럼 묘사하고 있다. 


③ 일본에 대한 적국(敵國)의 거짓말을 사실처럼 기술하기도 한다.

 

④ 자학적인 역사는 이제 그만.  


⑤ 다음 세대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1997년부터 활동해오고 있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주장이다.  


2014년 일본 시마네현 교육위원회가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출제한 문제다. 


●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선으로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시오.



  정답은 당연히 C. 


  하지만 시마네현 교육위원회가 요구하는 정답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 즉 B였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지겹도록 일관된 주장.  


독도를 돌려달라는, 시마네현에서 제작한 선전물


그런데, 시험에 응시한 일본 학생들의 정답률은?


93.3%


이런 식으로 역사는 왜곡되고, 왜곡된 역사는 한 세대만 지나면 사실(史實)이 되어버린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명백한 일본의 전쟁범죄. 


왜 저들 눈에만 보이지 않는 걸까?



잘못된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1. 과거 일본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2. 일본인은 죄인이고

3. 자자손손 죄인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다.

4.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5.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 되어야 한다.


일종의 인지부조화.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


전쟁범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① 정치 지도자들

② 전쟁범죄를 명하거나 실행한 군인들

③ 사실을 호도한 언론인들

④ 범죄에 침묵한 지식인들

⑤ 전쟁에 협력한 일반인들

⑥ 전쟁 후에 태어난 일본인들


2차 대전 때 일본이 점령한 국가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①~⑤는 전쟁범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그게 지구인들의 평균적인 상식이다.   


특히 ①, ②는 연합국에 의해 처벌받았다. 


1946년 극동 국제군사재판. 2차 대전 당시 총리를 지냈던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⑥이 문제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자자손손, 조상의 죄를 이어받아야 하나? 


전후(戰後) 세대, 즉 1945년 이후 태어난 일본인은 전쟁과 무관. 따라서 전쟁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지만 ‘간접적인’ 책임은 따른다.  


현재 일본이 누리는 풍요와 기득권. 그중 상당 부분은 전쟁 때 이웃 국가들을 착취해서 얻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세운 것. 


따라서 전쟁의 책임 역시 감수해야 한다, 가 인류의 평균적인 상식이다.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현재 


그리고 하나 더. 


21세기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해야 할 일은


조상들의 죄가 자신들의 죄가 아님을 주변 국가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지 


조상들의 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에른스트 춘델 


_ 이제 진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_ 과거에는 히틀러의 대학살이 사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_ 하지만 이제는 믿지 않습니다.

 

_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_ 우리 독일인은 정치적으로 그렇게 믿도록 강요당했습니다.


_ 이제 죄인의 자손 취급 따위는 사양하겠습니다. 

 

_ 적절한 노동이 사람을 해방시키듯(Arbeit macht frei) 진실도 사람을 해방시킵니다.


에른스트 춘델


캐나다에 거주하던 극우파 독일인 에른스트 춘델의 주장이다. 


독일은 캐나다에 그의 송환을 요구했고, 춘델은 5년간 독일 감옥에 갇혀야 했다.


형기(刑期)를 마치고 2010년 풀려났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그의 입국을 거부했다.  



그가 말한 Arbeit macht frei


   ● 아르바이트 마흐트 프라이

   ○ 노동이 사람을 해방시킨다 


나치 강제수용소 입구에 걸려있던 표어다. 


어느 나라건 극우파는, 정신구조가 저렇다. 



독일이 앞장서 전쟁범죄를 반성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에 어떤 나라도 독일의 죄를 묻지 않는다. 더 이상.  


일본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태양에서 뻗어 나가는 붉은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다.


일장기의 참 간단한 응용.


20세기 전반, 일본 군대는 욱일승천기를 달고 짐승이 되었다. 


그래서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아래 두 깃발은 어떤 경우라도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다.



특별한 날에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동경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역시 동경 시내.



경악할 일은, 한국인들도 욱일승천기를 버젓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




  ① 조상들의 전쟁범죄를 인정하는 것

  ② 범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


 잃어버린 주변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다면 그건 자학(自虐)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가능할 수도 있다.


역사를 가리는 것,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바보짓.    



대한민국 모든 PC방에 이런 표지(標識)가 나붙기 전에,



중국의 계단이란 계단은 죄다 일장기로 덮이기 전에,



이런 황당한 영토 지도는 스스로 폐기하기를. 


사과가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사과는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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