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목적지가 신입 신도 교육장?
요즘 이단 '신천지'가 핫이슈다.
사이비 종교에 끌려갈 뻔했던 내 모습이...
그게 모든 것의 발단일 줄이야...
행운을 나눠가진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우린 경계를 풀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나는 늘 그런 식으로 타인을 대했다. 상대의 긴장과 경계를 풀어 반드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사람 사이의 신뢰란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걸.
"개굴아, 너 기차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했지? 나랑 1박 2일로 기차여행하지 않을래? 숙소, 식사 비용은 내가 다 마련할게 너는 기차 삯만 내면 돼."
안돼, 그러지 마. 실례야. 네가 얼마나 생각나고 좋았으면 그런 얘길 했겠니?
그렇게 나는 너무 쉽게 꾐에 넘어가 버렸다.
"이 분은 내 선배야. 예쁜 동생이 온다기에 보고 싶다고 해서 소개해주러 왔어. 집에 가기 전에 좋은 다가서 바람 좀 쐬자. 선배가 데려다주신대."
"정말 인상 선하고 좋으시네요. 벡스코 새로 생겼는데 가볼까요? 차도 마시고."
남자는 엄청난 달변가였다. 벡스코로 향하는 남자에게서 도에 대해, 조상에 대해, 우주의 창조 원리에 대해 들었다.
"이러쿵저러쿵해서 내일 00에서 신입 신도 교육이 열리는데 개굴 씨 같은 좋은 동생이 있다고 소개해준 데서 보러 왔어요."
"그래 개굴아. 너 기차 한 번도 안 타봤다며... 그래서 여행겸 좋은 곳에 가자고 초대한 거야."
문제는... 남자가 달변가였다는 거다. 예전에 나는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나 멍청하기에 저렇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 걸까?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신입 교육 끌려가면 넌 끝이야. 세뇌당하고 말 거라고.'
"여기가 우리 집이야. 부모님이 여인숙 하시거든."
"엄마, 내가 말한 개굴이에요."
언니가 방문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어둡고 좁고 퀴퀴한 방. 이불가지가 아무렇게나 깔려 있고 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누추한 방.
그러나, 그 와중에 상 위에 놓인 노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일기장이었다. 나는 마치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취재하는 기자가 된 것처럼, 그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사명감에 빠졌다.
나는 일기를 몇 편 읽고, 몸서리치며 그제야 방을 나섰다.
나는 기어서 그곳을 나갔다.
다음날, 내가 향한 곳은 부산 남포동.
나는 곧장 뒤돌아서서 미친 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언니는 내가 부산에 오면 남포동을 찾는단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찾으러 아니, 잡으러 온 것이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시간이 흘렀다. 열 살이나 더 먹은 나는 여전히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여는 편이다. (쉽게 안 변하더라)
코로나 19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단 신천지의 정체를 접하며 젊을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미혹의 손길은 약하고 어린 마음을 틈 타 단숨에 기습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야 한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