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복불복' 절대 장담할 수 없는 일
나는 내가 당연히 자연분만을 할 줄 알았다.
만삭이 될 때까지 전혀~ 의심하지 않던 일이다.
결국 나는 1월 8일 아기를 낳기로 결정했다.
응급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을 하더니 "자궁문이 20% 열렸는데 아기 머리는 둥둥 떠있다."라고 했다.
출산을 비유하는 수많은 표현 중, 개인적으로 '틀다'는 말이 가장 싫다.
소름 끼치고 무서워서 그렇다.
출산 3대 굴욕이라 불리는 '내진' '관장' '제모'를 순서대로 했다.
"엄마라면 출산의 고통은 느껴봐야지!
무슨 자판기에서 캔커피 꺼내는 것도 아니고 수술이야?
진짜 이상하다."
"아니! 저분은 스타 홍?"
"꿀순아, 너는 정말 주도적인 아이구나. 태어날 날과 의사까지 택했으니...."
"서때니, 수니 안셔져여 개차는 거가여?
(선생님 숨이 안 쉬어져요. 괜찮은 건가요)"
"근데 임신기간 동안 빵 많이 드셨죠?"
세상에 나오느라 고군분투 한 아기의 얼굴이 예쁠 수는 없다. 양수에 퉁퉁 불은 얼굴은 꼭 '노인' 같았다. 그런데 그 사진을 지금 보면 참 예쁘다. 사랑스럽게 자란 꿀순이가 이미 내 앞에 있기에 그 시절의 꿀순이는 그저 '애벌레'에 불과했노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젠 정말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예쁘다.
우스갯소리로 '제왕절개'는 (출산 고통) '후불제'라고 한다.
"응, 저 서람은 제왕절개라서 그래."
자연분만 엄마들보다 평균 3~4일 더 병원에 입원했다가 조리원에 갔다.
조리원에 갔더니 또 다른 미션이 있었다. 바로 '수유'.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는 엄마에게 그다지 중대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과거 엄마들은 '자연분만' 외에는 선택이 없었다. 그래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계속 '틀어야만' 했다. 조선시대를 그린 TV 드라마 속 출산 장면을 기억하는가. 산모는 입에 천 뭉치 같은 걸 물고 천장에 달아놓은 기다란 줄을 잡고 힘을 준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이제야 알았다. 그렇게 안 하면 속 골반 작은 엄마가 머리 큰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