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고 욕 먹는 재주
그러다 녀석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바로 '아동용 면 마스크' 꾸러미. 꽤 두툼한 마스크는 얼추 세어보니 50여장 정도 됐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골치 아팠다. 보자마자 '이걸 또 어떻게 처리하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물건의 정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동용 100% 순면 마스크 드림합니다.'
"저한테 다 주시면 안 돼요?"
'아아! 이런 원칙이 있었구나. 규정을 어기면 나 이러다 벌 받을 수도 있겠네? 아아, 원칙대로 해야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문제가 확실해졌다. 내 약한 자아가 스스로 '호구'가 되길 원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좋은 일을 하고도 욕먹는 것일까?왜 이렇게 찝찝한 것일까?
어떻게 원칙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승부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원칙을 세웠다면 그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좋은 원칙은 사수하고 잘못된 원칙은 개선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또 승부를 해야 한다. 압도적인 승리와 패배는 시간 낭비다. 그러니 승리에 오만하거나 패배에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필생의 승부는 드물고 당신은 원칙을 위한 몇 개의 경기를 이제 막 끝냈을 뿐이다. (87쪽)
내가 대부분 선택이나 관계에 있어 패배자의 위치에 있었던 건 바로 이러한 원칙 때문이었다. 원칙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거나 세우고서도 허물어뜨렸기 때문에 남의 의견에 수없이 팔랑댔던 것이다.
마스크를 나눈다는 사소한 선택 그 이면엔 나의 육아 원칙, 삶에 대한 원칙, 나눔에 대한 원칙이 들어가야 옳다. 그러나 각기 충돌하기 좋은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조차 고수하지 못한 나. 문제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내 자신에게 있었다.
내가 세운 원칙은 여러명에게 마스크를 드리는 일이었고, 그걸 지키지 못해 나눔을 했는데도 마음이 좋지 않다. 한 명에게 너무 많은 마스크가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다시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이해해달라.
그래, 나눔에도 원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