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싸이렌이 울리면

긍작가의 손꾸락 그림 일기

by 개꿀
싸이렌 소리 우엥우엥엥엥엥엥엥 ㅡ

지난 주 회사 인트라넷에

민방위 훈련이 있을 거란 안내가 떴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다.


우엥우웽앵앵앵앵


미친 듯 울리는 사이렌 소릴 들으니

처음 드는 생각은 이거 하나 뿐.


아, 시끄러워!


일단 싸이렌이 울리면

직원들은 모의훈련을 해야한다.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멈추므로

계단으로 막 뛰어내려가서

대강당에 모여야하고, 그 다음에는

국가재난에 대한 영상을 봐야한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민방위 훈련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 이 회사에 다닌 후로

민방위 훈련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는 개뿔)


모의훈련을 계속 빠졌는데,

한번은 담당자가 전 층을 돌아가니며

참석 안하는 사람을 색출하는 바람에

한 번 참석해봤다.

의외로 재밌었던 기억이...


허나 요령이 생겨서 이번 훈련에는

미리 싸이렌이 울리기 전에

저기 베란다 같은 야외 쉼터에 숨었다.

(숨었다고 표현하니 비굴해지는군.)


스트레칭도 하고 바람도 맞고

셀카도 찍고 엄마에게 전화도 하고

나처럼 도망 나온 동료랑

수다 떨었더니 시간이 금새 흘렀다.


그러고보니 담임샘은 안 숨은 거 같다 --;;


문득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아, 내가 5학년 되던 해에

초등학교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으니

'국민학교' 시절이라 해야 옳다.


1~2학년 때 공부하다가 싸이렌이 울리면

우리는 모두 책상 밑에 들어가 숨었다.

그때의 사이렌 소리는 공포스러웠다.

(잠깐만! 그때 담임 선생님은 탁자 밑에 안 들어간 거 같은데! 아놔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엑스맨이었네.)


모두가 우릴 걱정 했다.


또 1~2학년 땐 오전수업만 하니까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때면

가끔씩 사이렌이 울리곤 했다.


어느 가게든 집이든 막 들어가도 혼나지 않았다.


자가용이 일제히 멈추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모두 흩어지고

텅 빈 길에 친구랑 둘이 서 있었던 적이 있다.

멍 때리는 우리에게 어른들은

빨리 숨으라 했다.


그때 우린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너흰 누구냐고,

여긴 왜왔냐고 묻지 않았다.


왜냐? 민방위 훈련 중이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민방위 훈련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중, 고등, 대학생 때도

취업을 한 후에도 특별히

민방위 훈련이나 싸이렌 소리에

대피한 기억은 없다.


그러다 이 직장에 와서 오랜만에

우리가 분단국가였다는 걸 깨닫는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현 시점 이시각부터 대한민국은
비상 전시체제에 돌입합니다.
반복 반복!
공습경보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는 단순히 시끄럽지만

아저씨의 멘트는 무섭고 오싹오싹하다.


나도 모르게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실제 전시체제 상황의

피튀기는 장면들이 떠올라서.


곧, 5.18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사이렌이 울리는데 길거리에서 오뎅을 먹고 있댔다.
지금의 평화로움이
계속 유지되면 좋으련만.
우린 많은 것들이 영원할거라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 오늘 가장 행복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