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혼, 이게 리얼리티야!

긍작가의 손꾸락 그림 일기

by 개꿀


간만에 회식이라 저녁식사를

신랑과 따로 했다.


난 뭐 먹어융?


퇴근 길에 전화가 오더니 징징.

(아직은) 귀여운 하서방구.


밥통에 밥 있잖아.
냉장고에 롤케이크도 있고!


그러나 정작 부인은 시크 시크.

(우헤헤. 이게 매력이지!)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신랑과 통화를 나눴다.


저녁 밥은 맛있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오늘 회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 조잘 이야기 했다.

(대부분 내가 일방적)


신랑은 귀찮은 기색 없이 잘 들어주고

대답도 잘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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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게임하다 받는 거라

빨리 끊고 싶을텐데

오히려 나와의 통화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때, 신랑의 한마디에

내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우리 오랜만에 길게 통화하네.
아 좋다
연애 때 생각 나.


허걱!

나 실은 전화 끊으려던 참이었단 말야.

왜냐고? 나 할말 다 끝났으까.


하지만 신랑은 나와 달리 이 순간에

의미부여하고 있던 거다.


신랑은 나와 다투거나
화가 날 때, 혹은 종종
우리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린댔다.


눈 오던 전주 풍경
쭈뼛거리며 만났을 때의 설렘,
서로의 눈빛과 온기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 함께 결혼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기적같고

너무 행복해진다고.



그동안 신랑을괴롭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반성이 됐다.


신랑은 웬만해선 절대 화내지 않는

'평화주의자'다.


나는 그 평화를 깨는 걸 즐겨하는데

보통 싫다는 거 억지로 하기다.


뽀루지를 허락 없이 짜버리거나

볼을 잡아 당긴다거나

(민병통치약인) 똥침을 놓는다거나


이럴 때 신랑은 한 두번은 참지만

결국은 지도 인간인지라

참지 못하고 소리 친다.


하지 마!!!!


이런 상황을 즐기는 나는

변태인 게 분명하다.

(이젠 인정하려해)


아무튼, 너무 미안해지면서

우리 신랑에게 잘해줘야겠다

마음 먹었다.


집에 가면 잘해줘야지


굳게 다짐하며

날래게 계단을 올라 집으로 갔는데!!!!



현실은 이랬다.(부들부들)


신랑이 문을 열어주더니

나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막 어디론가 달려가는 거다!

그러곤 망할 핸드폰 게임만 했다!!!


으어어,

헐크로 변신!


이게 바로 리얼리티야!


맞다. 이게 리얼리티다.

아까 통화는 그렇게 달달하게 하더니,

이 아저씨 왜 이러는 거야,

헷갈리게!


예전에 신랑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여자 같고 네가 남자 같아


맞다, 맞다!

우리 신랑은 여우다!

꼬리 백 개 달린 구미호!

(난 사냥꾼)



결국 신랑은 나한테 혼이 났다.


그런데 이런 것마저도

재밌는 걸 보면

신혼은 신혼인가 보다.


이렇게 둘이

할아버지, 할머니 될 때까지

재밌게 살았음 좋겠다.


나쁜 말 못 쓰는 신랑을 위해

나는 욕할매가 되어

우리 할배를 지켜줄 거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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