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초파리가 눈에 들어가면 생기는 일

긍작가 손꾸락 그림 일기

by 개꿀


어제! 영화 <곡성>을 보려고

저녁 8시반으로 표를 예매했다.


집에 가서 차를 세워놓고 밥도 먹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려

영화관으로 향하는데...


아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행복감을 만끽할 찰나!


웬 초파리, 날파리, 하루살이 떼들이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마구 달려드는 게 아닌가!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장면처럼

마치 그들에게 잡혀먹을 거 같는 느낌


그런데 그때!

초파리인지, 하루살이인지

겁없는 녀석 하나가 내 눈으로 들어왔다.


으악!



그때부터 나는 미친 듯 눈을 비볐다.

마침 영화관에 거의 다온 뒤라

자전거에서 내려 아주 격렬하게

눈을 비볐다.



신랑이 눈을 비비지 말라고 했지만

지지 않고 비볐다.

뭔가 들어있는 이물감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냥 눈 감고 있으면 알아서 빠져


신랑이 이렇게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난 녀석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니까!


한참 눈을 비비고 딱 떴는데!

한쪽 눈이 찌부러져 있는 게 아닌가!


꼭 한 대 맞든 사람처럼,

전설의 복서처럼...!


자기 몸을 왜 그렇게 아낄줄 몰라?
비비지 말랬지?


신랑은 내 눈을 보더니

그냥 집에 가자했지만

이미 환불은 불가했고,

시력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영화가 너무 보고팠다.


신랑이 한숨을 푹 쉬더니

나를 의자로 데려가 앉혔다.

그러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자, 눈 감아! 뜨면 혼나!
행복한 기억 10개만 생각해봐.


난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놀라운 건,

많은 것들이 떠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음, 스페인!


내가 이렇게 말하자

하서방구는 콧방귀를 뀌며,

나를 갈궜다.


스페인 가본 적 없잖아.
겪은 것 중에 얘기 해야지!



그말에 다시 눈을 감고

그동안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봤다.


그랬더니 신랑을 처음 만났던
눈오던 전주 풍경도 생각나고,
내고향 제주도 푸른바다랑
신랑 친구들이랑 계곡에서 발 담그고 논 것
순수하고 참 좋으신 지역 아동문학회 분들이
막 생각 나는 게 아닌가.


신기하게도

뭔가를 사거나,맛있는 것을 먹었던 것,

시상식 무대에 올랐던 것,

월급이 많이 올랐을 때,

이런 것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맑고도 편안한 풍경들과

좋은 사람들만 떠올랐다.

이게 진짜 행복이라는 건가 보다.



나는 찌부러진 눈으로

영화에 집중했다.


<곡성>은 가히 최고의 영화였는데

그건 나중에 말하기로 하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 지역에는
못생김주의보가 내렸고,
내 얼굴에는 못생김이
덕지덕지 붙어버렸다.


그리고 신랑은

아침부터 좋은 일이 있는지

배를 잡고 웃어댄다.


아침부터 신랑이 웃으니
내 기분도 참 좋구나..
하..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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