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까지 돌보는 방법

by 에너지영

요가를 하며 가장 자주 마주하는 동작,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가 있어요.

바로 다운독(Downward-Facing Dog)입니다.


두 손과 두 발로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들어 올리는 이 자세는

몸을 길게 펴주면서도

잠시 멈춰 서서 세상을 거꾸로 보게 해줘요.


저는 이 ‘거꾸로 보는 순간’을 참 좋아해요.

늘 앞만 보고, 아이들 얼굴만 살피며

하루를 버텨내던 시선이

잠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그 짧은 틈이요.


가끔은 제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뻐서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어요.

쏟아지듯 내려오던 햇살,

느리게 흐르던 구름 한 조각,

그리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까지.

그 모든 게 이유 없이 그대로 괜찮게 느껴지는 순간이에요.


요가 경전에서는 다운독을

몸을 정화하고 에너지를 다시 흐르게 하는

기본이자 회복의 자세로 설명해요.

하지만 제가 이 자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제가 쉽게 관리하기 어려운

저의 뒷모습을책임져주는 자세 같아서예요.


뒷모습은 꾸미기 어려운 방향이에요.

표정을 관리할 수도 없고,

의식적으로 힘을 줄 수도 없어요.

그래서 뒷모습에는

그 사람이 몸을 어떻게 써왔는지,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가 그대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바닥을 단단히 밀어내면

척추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꼬리뼈가 하늘을 향해 길어져요.

머리의 무게는 힘을 빼고 아래로 맡기고,

어깨는 넓게, 등은 조용히 열립니다.


가만히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운독은 전신을 사용하는 자세예요.

호흡 하나하나에 맞춰

배와 허벅지, 등과 팔, 발까지

몸 전체가 동시에 깨어나요.


특히 허벅지 뒤쪽이 부드럽게 풀리면서

엉덩이와 다리 라인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저는 가끔 이 자세를

‘엄마의 뒷모습을 다시 세워주는 자세’라고 부르기도 해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많은 걸 말해주는 시기가 있잖아요.


저는 요가를 아주 잘하는건 아니예요.

지금도 여전히 균형을 잃고,

자세가 무너질 때가 많아요.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요가가 저를 잘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저로 있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요가를 할 때는 더 그래요.

제가 다운독 자세를 잡으면

한 아이는 제 몸 아래로 기어들어 오고,

다른 아이는 옆에서 흉내를 내다 깔깔 웃어요.

몸은 흔들리고, 자세는 흐트러지고,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들에게 요가는 놀이지만

엄마에게 요가는 회복의 기술이에요.

끝나지 않는 하루 속에서

잠깐이라도 내 숨을 고르고,

내 몸의 감각을 다시 믿어보는 시간입니다.


어쩌면 다운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세이면서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휴식일지도 몰라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려주는 자세니까요.


저는 오늘도

다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의 저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뒷모습까지 돌보는 연습을 하면서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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