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작된 사사분기
새벽 4시 30분. 눈이 그냥 반짝 떠졌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 스마트폰을 켰다. 꿈이다.
다시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릴 것 같아 꿈에 나온 사람에게 이런 꿈을 꿨다고 메시지를 남기고 눈을 감으려 했는데 도저히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며칠 전 운동하러 갔다가 센터 현관에서 기절하다시피 쓰러졌다.
선생님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 뛰어왔고, 나는 도저히 걷기 힘들어 비틀대다 나왔다.
쿵쿵 걷는 내 발자국마다 머리를 쾅쾅 치는 듯 어지러웠고, 차를 몰고 병원에 가는데 좌회전, 우회전할 때마다 머리가 미친 듯이 울렸다.
신경과에 가서 뇌와 신경, 혈관 검사를 했다. 비급여라 검사비만 거의 20만 원이 나왔다.
뇌혈관에 염증이 좀 생긴 것 같다고, 최근 잠을 잘 못 자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냐 물었다. 뭐 대충 그런 것 같다고 하고 수액을 한 대 맞고 약을 받아 왔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에 지르텍을 능가하는 졸린 혈관 약. 5일 치 약을 받아왔고, 5일간은 잠을 그래도 푹 잤는데. 어제 그 혈관 약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새벽잠이 안 온다.
그래도 9월 1일이다. 1년을 1/4로 나눈 사사분기의 시작.
그래서 그냥 잠 오지 않는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웠다.
내가 오늘 오전 5시부터 한 일은...
아침 공복 유산소 (사이클 타기)
글쓰기
성당 가기
독서
신분증 재발급을 위한 증명사진 촬영
테니스 학원 등록
(이 중간에 폴댄스를 하러 가려했으나 학원 선생님 만류로 실패)
PT 하체 운동
독서
넷플릭스 D.P. 몰아보기 성공
오일파스텔 그림 그리기
그리고 다시, 브런치 글 쓰기
이렇게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웠는데 아직 시간은 오후 9시 30분이다.
단짝 B는 내게 이러다 쓰러지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최근 이만큼 뿌듯한 날도 없다 했다.
매일 이렇게 살면 죽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항상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