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본 스트릿 우먼 파이터 / 스우파

스우파로 보는 내가 되고 싶은 리더

by Enero


최근 Mnet에서 방영 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서바이벌 댄스 프로그램이 핫하다.


누구보다 분명한 한 가지 목적을 갖고 모인 팀이고, 같은 목표를 가진 여러 팀과 콜라보를 하기도 하고, 혹은 경쟁을 하기도 한다. 무대 입찰을 놓고 기획안을 작성해 우리 팀 프로젝트와 공로로 가져와야 하고, 리더와 팀원들의 역량과 지난 히스토리,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짜 오느냐에 따라 돈과 포트폴리오를 가져올 수도, 혹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직장인인 내가 보았을 때 우리에겐 공통점이 꽤 있었다.

아직 3편까지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8개 팀의 기량을 보며 '나도 저런 팀장이 되고 싶다.'라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





WANT 효진초이 : 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거야



<크루 원트>에는 직업이 전문 댄서가 아닌 아이돌 출신이 있다. 배틀에서 연패를 하는 팀원을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하라고 무대 앞으로 이동해 소리친다. 넌 잘할 수 있다고, 팀에 감점을 가져와도 괜찮으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치라고.


다만 팀장 효진초이가 그 팀원을 다그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소리를 듣고 한 마디도 못하고 어설픈 미소만 짓고 온 그 아이돌에게 '네가 부족한 게 아닌데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왔니."하고 말했다.


"네가 여기 온 건 댄서로서 온 것이지, 아이돌로 온 게 아니다. 아이돌은 전문 댄서와 다르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데 네가 한 마디도 못 하고 가만히 있으면, 너는 남들에게 그냥 그런 사람이 된다."


지는 건 괜찮다고 하지만 내 새끼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말하는 리더.

다른 팀 사람이 나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먼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상대 팀장과 의논하며 나에게 '다음부터는 이렇게 대응하세요.'를 알려준 팀장님이 생각났다.



PROWDMON 모니카 : 여성 댄서계의 롤모델



프라우드먼 모니카가 등장했을 때 모든 크루의 댄서가 전원 기립박수를 치며 폴더 인사를 했다.

그녀는 '댄서들의 댄서', '선생님의 선생님'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여성 스트릿 댄서를 일으킨 위인으로 평가받았다. 모두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데엔 그만한 실력과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댄스 전문가가 아닌 내가 감히 넘겨짚어 말하긴 어렵지만 이 댄스 바닥에서도 시대마다 유행하는 스타일과 트렌드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힙합바지부터 90년대 후반을 휩쓴 테크노, 비보잉, 복고댄스, 셔플, 팝핀, 락킹, 크럼프 등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과 길거리 무대를 본 것만 고려해도 이 분야 트렌드도 꽤 빠르게 바뀐다. 그러므로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트렌드를 읽으며 새로운 걸 받아들일 줄 알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흡수하되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견고한 실력이 필요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IT 업계도 마찬가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전단지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상가 부록을 보며 음식을 받았다.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부르려면 무조건 광고지에 붙은 번호를 보고 전화해야 했고, 차량 조수석 앞 서랍에는 항상 모든 국도와 고속도로가 표시된 지도가 놓여 있었다. 그만큼 세상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며, 리더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팀원을 양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존경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실력'이 그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보다 조금 더 앞서기 마련이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동료와 후배를 돌볼 줄 아는 인성, 게다가 선봉에 서서 이끌 줄 아는 도전정신까지 갖춘다면 업계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OOK 아이키 : 내가 봐온 모습 중 오늘 가장 멋졌어



훅이 처음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 단연 가장 눈에 띄는 건 팀장인 '아이키'였다.

아이키는 대중에게도 꽤 친숙한 댄서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World of Dance'에서 한국인 여성 듀오로 당당히 4위를 차지했으며, MBC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환불 원정대>의 안무를 맡으며 일반인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그렇다 보니 훅 출연 시 다른 댄서에게도 대중에게도 "아이키와 아이들"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나도 너희가 '아이키와 아이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 원하지 않아."


아이키와 함께 출연한 크루원들은 다른 크루에 비해 나이도 굉장히 어리고, 언니들의 포스가 작렬하는 프로그램에서 그야말로 '귀여운 순둥이들' 같았다. '저 친구들이 과연 저런 무서운 언니들 사이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내지는 막말로 '쫄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팀원들이 다른 팀과의 배틀 경쟁에서 지거나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그녀는 팀장으로서 모든 사람 앞에 당당히 팀원의 진가에 관해 외쳤다.

아직 어려서 섹시한 안무를 잘 소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자 그녀는 곧바로 마이크를 뺏어 말한다.

"그래도 저희 윤경이, 제가 여태껏 본 모습 중에 오늘이 가장 섹시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우리 팀원 기 살려주기. 팀원이 팀장에게 감동해서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내가 잘 못하면 우리 팀장과 팀까지 얕잡아 볼 수 있으니 더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만든다.

어떤 팀장은 회사에서 다른 팀원이 내 눈앞에서 우리 팀원을 까거나 무례하게 굴어도 아무 소리 않는다. 팀원이 도와달라 말해도 '알아서 해라.' 하는 팀장을 여럿 겪었다. 그때 그 팀장이 나에게 '감히 우리 팀원을?' 하며 팔 걷는 시늉이라도 해 줬다면 나는 더 열심히 헤쳐나갈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이키 본인도, 그러니까 팀장 본인도 실수를 하거나 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번의 패배가 팀 모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팀원의 진가를 알아준다. 그리고 뽐내줌으로써 나는 사자 우리에 던져놔도 우리 팀장이 내 뒤를 지키고 있다는 든든한 마음. 아이키는 화를 내거나 성질을 부리지 않고 유쾌하게 방패를 든다.



본문에는 효진초이, 모니카, 아이키 세 분만 담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여성 리더는 나이와 경력 기간을 불문하고 다 '그럴 만한 자리에 있을 사람'이다.



여초 집단이 왜 안 좋아요?



살면서 '여초 회사는 절대 가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여초 회사'와 '남초 회사' 조직에 모두 몸 담아 보았는데, 내가 경험한 바는 그와 정반대였다. 성별의 비중보다는 인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했다.


굳이 따지자면 여자가 많은 집단에서는 질투가 화살이 되어 나쁜 뒷담이 오갔지만, 남초 집단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후려치기, 질투, 개무시, 정치질로 점철된 더러운 소문이 났다.

남초 집단에서 여성은 견제 대상이 될 수 없다. 애초에 그 정치질엔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적어도 여자인 나에게 여초 집단은 모두가 동등한 조건을 갖춘 경쟁과 단합의 상대로 여겨 주었다.


그런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해서인지 남초 부서에 내던져졌을 때에도 내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면접에서 "이 직무는 여자가 하기엔 솔직히 좀 힘들어요."란 말을 들었고, 나는 "그게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다. 체력 때문이라면 저 운동 정말 많이 해서 제가 좀 말라 보여도 이거 다 근육이다."라고 되받아쳤다.

그래서 입사 후에는 무조건 실적 1등을 해서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려 더 노력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건 '유부남 실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더러운 소문이었다.


우리 회사는 그래도 젠더 이슈에 민감하고 고용 평등을 추구하나 실제 임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마케팅 분야에서 꽤 유명한 직장 동료 K양과 나는 밤마다 와인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우리가 싹 다 잡아먹자고, 그냥 버티자고. 그래서 우리가 이 업계 '짱' 먹자고.

멋진 여성 리더가 되어 보자고.




사진 출처: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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