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고 싶으세요,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싶으세요?
복직을 일주일 앞두고 무서운 소문을 들었다
나는 그간 심신이 불안정해 거의 3개월을 쉬다 가는 사람이다. 일을 그렇게 미친 듯이 하다 몸과 마음이 병들었으니, 돌아가면 내 상태를 참작해서 일을 좀 덜어주지는 않을까 살짝 기대했다.
하지만 소문은 내 기대와 전혀 달랐다.
일단 내가 휴직하기 전, 우리 팀에는 1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능력자들이 퇴사했다. 그리고 그 팀은 프로젝트에 따라 반으로 A팀, B팀으로 나뉘었는데 내 원래 팀장님은 A팀, 그리고 새로 입사하신 분이 B팀의 팀장을 맡았다. 나는 휴직한 사이 B팀으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내가 휴직할 즈음 입사하셨던 그 B팀 팀장님은 3개월 만에 지옥 같은 워라밸을 경험하고 인사팀과 우리 사업 부문을 뒤흔들고 퇴사하셨다. 결국 나는 그 팀장님을 본 적이 없다.
이 틈을 A팀 팀장님이 겸직하며 숨 가쁘게 메우고 있었다.
팀장님과 나는 업무 스타일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해서 함께 일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지금 그분 역시 몰아치는 업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 자꾸 나에게는 괜찮은 척을 하셨다. 내가 없는 동안 그래도 회사가 많이 좋아졌으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돌아오라고 꼬드겼다.
다른 팀 사람들은 내 복직 날짜를 묻더니 한숨을 쉬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휴직을 더 늘릴 수 없겠냐며, 지금 돌아가면 일 폭탄을 맞을 거라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팠던 네게 예외 따위는 없을 거라며, 온 팀이 내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회사를 오래 다녔고, 해당 프로젝트 히스토리를 잘 아는 덕분인지(?)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질 거라고.
그러면서 그 끔찍한 이야길 들었다. 지금 중간 관리자가 없어서 '장'을 시킬 수도 있겠다고.
나는 내 일도 버거운 사람인데 나더러 사람 관리까지 시킨다면... 성격상 뭘 시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소식에 기함했다.
그래서 나의 인생 멘토이자 직장 생활 롤모델인 (지금은 퇴사한) 선배 J에게 전화했다.
그에게 이 무서운 소문에 대해 말하자,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답했다.
"당연한 수순 아니에요? 놀랄 일이 아닌데."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정말 대충 살고 싶었단 말이에요."
"자, 어차피 돌아가면 뭐 한 달 안에 장 시키고 그러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동안 고민해 봐야 할 게 있어요. Enero 님은 어떻게 성공하고 싶으세요?"
어떨 때 기분이 좋아요? 주목받고 싶어요?
선배 J의 전언을 빌리자면 이렇다.
1. 나는 주목받고 싶다
: 법인을 차려라. 나가서 여럿 모아서 내걸 회사로 만들면 주목받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모두 김범수(카카오), 김봉진(배달의민족), 김범석(쿠팡)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만 키운다면 젊은 창업가로 세간의 시선을 끌어볼 수 있다. 그러니 "명성을 얻고 성공하고 싶다"라면 좋은 사업 아이템 찾아서 법인을 하나 차려라.
2.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 작은 사업을 해라. 법인까진 아니더라도 1인 내지는 5인 이내 소규모 사업을 해라. 지금 글 쓰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예전에 하던 통·번역 프리랜서를 하든, 글을 미친 듯이 써서 인지세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든. 수익이 적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작은 규모로 펼쳐봐라.
3. 나는 남을 성장시키는 게 즐겁다
: 팀장 해라. 팀장의 기본적 소양이자 해야 할 의무 중 하나가 팀원 키우기다. 너는 학원 강사로 일해봤고 그걸 재밌어했던 적이 있으니 아마 감투 씌워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날아다닐 거다. 우리 회사에서 팀장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위치이긴 하지만 지금 하는 업무 중 잔챙이 떼고 나면 또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 팀장 달면 이직하기도 훨씬 좋다. 꼭 그렇게까지 무섭고 두려운 일만은 아니다. (다만 좋은 일도 딱히 아니다. 적어도 팀장이라고 뭐 한 푼 더 얹어주는 거 없는 우리 회사에서는)
본인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게 된 것도 리더가 된 경험치가 쌓인 덕분도 있다고 했다.
4. 이거저거 다 싫고 그냥 월급만 타고 싶다
: 팀장 못 하겠다고 박박 우겨서 그냥 팀원으로 살아라. 직장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고 그냥 편하게 주어진 일만 하고 싶고, 회사 안에서 성장할 욕심이 없다면 고인 물로 살아라. 나쁘지 않다. 밥값만 해라. 사실 네가 그럴 위인도 못 되지만 여하튼 밥값 못 한다고 해서 회사가 함부로 너를 자르거나 연봉을 삭감할 수는 없을 거다. 그냥 버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말미에는 일단 그냥 돌아가서 버텨보란다. 어차피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되고, 당장에 나쁜 거 딱히 없으니까. 가서 일이 뭣 같아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퇴사하란다.
그러면서 본인의 계획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자기는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자유롭게 살기 위해' 작은 사업을 시작할거라고 말했다. 선배 J의 말은 내게 계시록 같아서, 또 홀려서는 퇴직금 싹 다 선배님한테 투자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나는 어떻게 성공하고 싶을까? 당장은 말고, 앞으로 생각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