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ero Jan 12. 2022

부조금에 5천 원을 더하면 생기는 일

작은 위로와 행복을 더하는 오천 원의 힘

장례식장과 컵라면 한 박스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친한 동생과 오랫동안 함께한 그녀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친구는 빈소도 알려주지 않은 채 "언니,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어." 한 마디를 남겼고, 빈소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바로 마트로 향했다.


 내가 우리 할머니를 떠나보낼 때를 떠올렸다. 당연히 슬픔과 괴로움이 함께했지만, 장례식장에서 상주로 손님맞이를 하는데 드는 정신적, 체력적 피로가 컸다. 그렇게 눈물로 보내는 중에도 몸은 배가 고프다, 목이 마르다 신호를 보냈다. 10시경 주방 사모님들이 떠나고 난 후에는 별달리 먹을만한 게 없어서 컵라면을 먹었는데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맛있었다.


 6개 묶음 사발면 한 박스는 마트에서 고작 4,500원.

 "밤에 이모들 퇴근하면 배고플 테니 챙겨 먹어. 밥 잘 챙겨 먹고, 체력 유지 잘해야 해." 하며 건넨 바람에 눈물바람이 한 번 더 일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위로가 되었다면 그걸로 됐다.


 동생의 부고 문자를 확인해보니 식구 수가 많았다. 그래서 사발면 네 박스와 극세사 담요, 검은색 양말 묶음을 샀다. 커다란 봉투에 담아 전해주니, 동생은 그때까지 참던 눈물이 그렁해져서 고맙다며 안아 주었다.


 비슷하게 나도 이런 선물에 담긴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부산에서 장례가 치러진 탓에 서울 지인들이 찾아오기 어려웠고, 외조모상이라 다들 마음으로 많이 위로해주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던 직장 선배 두 명이 비행기를 타고 내려왔다. 그들의 등장도 놀라웠지만, 한 번 더 눈물과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 건 선배 L이 슬쩍 건네 준 일회용 전자담배.

 가족 몰래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던지라 내 금단 현상을 걱정한(?) 그가 딸기향이 나는 전자담배를 사다 준 것이다. 아닌 척 세심한 그 선배들을 잊을 수가 없다.



축의금 봉투 속 로또 한 장


 축하하는 순간에 재미와 설렘을 더하는 건, 봉투 속 5천 원짜리 로또 한 장.

 내 축의금이 봉투에 든 오만 원짜리들로 끝날 건지, 아니면 몇 십억 짜리 통 큰 축하가 될지 모르는 상황! (혹시나 배가 아플 수도 있으니, 같은 번호를 수동으로 한 장 더 뽑자!)


 축의금 계수를 하다가 로또 번호를 맞추면 신혼집 평수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을 더한다.



 부조금, 축의금 얼마 할지가 도무지 고민일 때가 많다. 이만큼은 적고, 저만큼은 부담일 것 같은.

 그럴 땐 5천 원을 더해보자.


 정말 뻔한 소리(밈에 가까운)지만, '좋은 사람이 곁에 오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자'라고 생각한다.

  해를 먹고  레벨을  성장한다. 좋은 , 나쁜  이거 저거 겪어보니 그래도 이런 좋은 점이  있네 싶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좋은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고작 5천 원으로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의 사랑과 사람이 돌아온다. 나는 이걸 명심하고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