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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Aug 25. 2021

죽을힘을 다한다는 말의 모순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얼마나 우스운 말인가. 죽을힘을 다 한다니. 죽을힘을 다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사람은 보통 죽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역설적으로 그 힘까지 다 해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뜻이지, 진짜로 "죽을힘을 다 해서 죽겠습니다." 하는 사람은 없다.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죽을힘이 없다. 살 힘도 없는데 죽을힘도 없다.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짜 죽으려는 사람은 나처럼 한심하게 죽고 싶다고 말할 힘도 없어서. "어어! 거기서 떨어지시면 안 돼요!"라고 외치기도 전에 몸을 내던진다.


 내가 살면서 '죽을힘을 다 해서' 이제 더 이상 그 망할 '죽을힘'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잘 살아보기로 결정했다면 온 마음을 쏟아서 하지, 굳이 죽을힘까지 끌어 쓰지는 않았으면. 안 그랬다간 지금의 나처럼 진짜 죽고 싶을 때 죽을힘이 없다.



내가 너 도시락 싸들고 말린다


 자, 이 말도 재밌다. 이 말은 묻는 사람들마다 다른 대답을 하는 말 중 하나다. '먹성의 민족' 답게 우리는 누구를 말리러 다닐 때에도 꼭 도시락을 싸들고 따라다닌다. 


 "내가 너 한 번만 더 그런 짓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거야."


 여기서 도시락을 먹는 주체는 누구인가? 내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주변의 절반은 "말릴 사람이 먹는다", 나머지 절반은 "말려야 할 사람을 먹인다"라고 한다.


 말릴 사람이 먹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내가 밥을 먹어야 저 골칫덩이를 말릴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 답했고, 말려야 할 대상을 먹인다고 답한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니 밥부터 먹이고 더 생각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 되었든 한국인에게 밥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사고회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게 맞아 보인다는 결론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안부를 묻을 때 "밥 먹었니?", "맛점 하셨어요?" 하고 끝맺음도 "언제 밥 한번 먹자."거나 "맛저 하세요~!"로 꼭 밥 이야기를 덧붙인다.


 여러분, 오늘 아침은 챙겨 드셨나요?

 죽을힘을 다하지 말고 숟가락 들 힘으로 오늘도 살아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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