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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Aug 21. 2021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건 어려운 일이야

감정의 나락과 한강 다리에서의 추락

한강에서 죽기 참 어렵더라.


 나를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던 단짝 E가 말했다.

 

 한차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가 자책감과 죄책감에 한강을 찾았다 했다. 그런데 내가 해운대에서 죽으려 했을 때,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끌벅적하고 계속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해양경찰 때문에 죽을 맛이 뚝 떨어져서 실패했던 그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한강에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시국이 시국인지라 몰래 숨어 술 마실 곳도 없고 주변에 보는 눈도 많고 시끄러워서 성수대교에 올라가 서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가 경찰이 출동해서 손사래를 치고 내려온 모양이다. 그는 한강에서 뛰어내려 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 했다.


 내가 해운대에서 죽을 마음을 품고 바다를 멍하니 봤다고 말했을 때 기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E가 가슴이 무너지는 비통함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반대로 그렇게 멘털이 튼튼하고 건강했던 그가 이런 말을 또 그때의 나처럼 담담하게 하는 걸 보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E만큼은 그런 마음의 풍파가 없길 간절히 바랬는데, 결론적으론 나 때문에 그의 심장에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말았다. 나는 그를 달래주려 애써 좋은 말을 쏟아냈지만 그게 정말 그를 위한 건지, 나를 위한 건지에 대해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진심으로 E가 행복하길 바라며, 다시는 그런 마음을 품지 않고 이전처럼 굳건한 고목나무가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래서 성당에 다시 다니기로 마음먹고 서랍 깊숙이 있던 묵주를 꺼내 손목에 찼다.



약을 늘려도 잠이 오지 않아요


 약을 계속 먹고 여기에 기대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 몸에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얼마 전 신경안정제를 투약량을 늘렸고 내 마음도 그전만큼 힘들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는 잠이 안 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라, 잠에는 드는데 수면 시간이 3-4시간 정도 된다.

 밤 11시 30분이면 신경안정제와 함께 수면제를 먹는데, 알람 없이도 눈이 반짝 떠지는 시간은 어김없이 새벽 4시다. 요 며칠 그 시간 이후론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읽거나 멍하니 이 생각, 저 생각을 주워 담았다.


 낮잠이라도 자면 피곤하지도 않을 텐데 낮잠을 자려고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하루가 간다.

 눈꺼풀이 무겁고 운전할 때면 졸음운전하게 될 까 봐 걱정도 되는데 다행히 졸리지 않아서 무사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엄마는 나더러 최근에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서 몸이 아픈가 보다 하면서 어깨 뒤에 파스를 붙여 줬다.

 파스 냄새가 코를 찌르는 탓에 잠이 더 안 온다. 시험 기간에 억지로 깨어 있으려고 맨솔 향이 아주 강한 사탕을 먹거나 코 밑에 '호랑이 연고'를 발라 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다음 주에 또 병원에 가서 말을 해야 하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의 한숨 소리가 벌써 귓가를 맴돈다.

 "지난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잠을 푹 못 자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면 아마 분홍색 알맹이가 지금 반 알 먹는 것에서 한 알로 늘어날 것 같다.


 예정된 복직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차라리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이 치료받자마자 현실을 자각할 틈도 없이 다시 전장에 내보내 지는 것처럼, 휴직을 연장하지 말고 복직할까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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