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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Dec 19. 2019

파렴치한 인력사무소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이 날 함께 취재한 오디오맨은 취재가 끝난 뒤 올라오는 버스에서

"선배 오늘은 진짜 영화 한 편 본거같아요"라고 했다.






당일로 여수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이른 아침 KTX를 타고 취재기자와 나와 오디오맨은 여수로 향했다.


여수역에서 제보자와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자들은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셋과 이주노동자 한 명이었다.

전자 셋은 한 인력사무소를 통해 여주의 라테라스 리조트라는 곳에서 알바를 했고

후자 한 명은 해당 인력사무소에서 '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온갖 잡일을 했다.


문제는, 그들이 인력사무소로부터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셋 다 한국말이 서툰 탓에 인터뷰는 힘들었다.

아주 간단한 단어들로만 말 할 뿐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보면 요지는 이랬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세 학생은 부담스러운 학비 탓에 방학에 잠시

알바를 구하기 위해 인력사무소에 갔다.

그들은 인력사무소장이 알선한 라테라스 리조트의 객실, 수영장 청소 일을

하루 12시간씩 약 20일동안 했다.


당초 인력사무소장은 일당 8만원, 그리고 알선비 15만원을 약속했다.

20일이니 160만원의 임금, 15만원을 제하면 145만원의 돈.


그러다 50%의 수수료로 말이 바뀌어 학생들의 수당은 145만원에서 80만원으로 바뀌었다.

또 그러다 어느새 8만원이라던 일당은 5만 3천원이 되어 액수는 한참 줄어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돈을 달라고 보채는 학생들에게 소장은

"너희 자꾸 그러면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며 욕을 섞어 겁박했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실장'은 다른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베트남 친구가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

해서 인력사무소장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150만원을 입금하면 일자리와 비자를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결과는 예상하듯, 150만원은 입금됐고 그녀의 친구는 여전히 베트남에 있다.

또, 실장의 카드를 가져다 소장은 먹고 마셔댔다.

술을 먹고 카드를 긁은 다음날, 해장도 그녀의 카드로 해결했다.

그 액수도 100만원이 한참 넘었다.


그녀는 인터뷰 중 증거를 보여준다며 소장과 나눈 문자 메세지를 보여줬다.

소장이 그녀에게 150만원을 요구하는 등의 문자가 있었고

그 아래 그녀가 소장에게 카드값을 돌려달라는 말과 말을 돌리는 소장의 답변이 있었다.


그러다 그 사이에 더 화가 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나랑 정말 잘 해볼거지?", "보고싶어", "하고싶어"등등의 문자.

둘 사이에 관계가 있었나 하는 질문에 그녀는 '일방적'이었다고 했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그들과 함께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ENG카메라를 들쳐메고 사무소로 들어가자 소장과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어볼게 있어 왔다,는 취재기자 말에 소장은 대뜸 "누가 돈을 못받았냐"며 되레 성을 냈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함께 온 당사자들이 나서서 돈을 못받았다고 하자 소장은

피해자들을 대신해 연락을 한 한국인에게 줬다고 했다.

그 한국인은 우리와 그 자리에 동행했던 제보자였다.

그 사람이 이 사람이다, 이 사람한테 언제 돈을 보냈냐, 송금 내역을 보여달라 얘기하자

한참 문자 내역을 뒤적이던 소장은 딴소리를 했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재차 확인을 요구한 취재진에게 소장은 "영장있냐", "무슨 권리로 이러냐"며 역정을 냈다.


실장 얘기로 넘어가 카드값과 지인의 일자리 소개비 150만원은 어찌된 일인지 묻자

그가 한 대답은 "사랑하는 사이끼리 서로 돈 좀 나눠쓰고 그랬다"는 것.

피해자는 그 말을 듣고 길길이 날뛰었다. 서툰 한국말이었으나 억울함과 분함이 전해졌다.

들고있던 카메라가 덜덜 떨릴 만큼 열이 받았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더불어 그는

기자들이 뭐하는 사람들인데 남의 치정까지 캐묻냐는 둥

남녀 사이 돈문제까지 해결해주는 사람들이냐는 둥

되도않는 소리들을 해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쓰면서 또 열받네.


그러더니 그는 이내

"그럼 당장 돈 보내주면 되는 일이냐"며

원래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을 주는 냥 생색을 냈다.




[미방분] 동림인력사무소 내부상황 촬영원본 캡쳐화면
나의 브런치 공간은 상업적, 명리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개인의 기록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초상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해 위의 원본 영상 스틸 사진을 함께 올린다.



또 그는 일당이 8만원에서 5만3천원이 된 것은 자신이 아니라

라테라스 리조트의 결단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받은 액수가 그만큼에 해당됐다는 것.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리조트로 향했다.



[미방분] 라테라스 리조트 외경과 취재기자, 사장의 뒷모습




오해를 피하기 위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 학생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데에 있어서 만큼은

라테라스 리조트의 잘못이 없었다.


리조트에 찾아가 사장과 실장을 만났다.

그들에게 찾아온 경위를 설명하자 탄식을 내뱉으며

"어쩐지 처음부터 그 인력사무소장한테 믿음이 안갔다"고 토로했다.


그가 재차 찾아와 인력을 좀 써줄것을 부탁하자 몇명을 채용했다가

한달도 채 채우지 않고 거래를 끊었다고.


물론 세 학생의 임금은 모두 인력사무소에 지급했고

각각의 학생들이 일한 날짜와 입금 내역도 모두 보여줬다.


그냥 자신들이 학생들에게 돈을 다시 보내주고 나중에 그 인력사무소장한테서

자신들이 직접 돌려받겠다고까지 했다.

어떻게든 이 임금체불 상황과 관련 보도에 얽히고 싶지 않아했다.

이 상황에서 리조트와 관련된 화면들이 리포트에 나가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해

보도된 영상에는 리조트의 외경과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빠졌다.

그곳에 찾아가 조금 더 확실히 일의 경황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성과는 있었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취재시점과 보도시점 사이 체불된 임금은 일당 5만원으로 더 낮춰져 지급됐고

인력사무소장은 성폭행 혐의로 추가 피소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오랜만에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열이 받는 취재였다.




191205 뉴스데스크 <유학생 알바비 떼먹고…"떼 쓰면 보내버린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워하는 제보자 덕에

부끄러운줄 모르는 한국인의 만행을 보도할 수 있었다.


비슷한 사연을 가졌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그 어디에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들을 계기로 전국 각지 수많은 곳들에 있는

인력사무소들과 그 곳에서 힘없고 빽없는 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몇이라도 변할 수 있었으면.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이번 보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한국에 들어와 지내는 유학생 및 이주노동자들임을 밝힌다.







관련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634891_246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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