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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May 24. 2019

미리 와있던 엠뷸런스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2018년 10월 14일 동탄에는

이상한 곳이 있었다.

유치원장이 학부모들을 만나주지 않는 곳.


181014 뉴스데스크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



그리고 그곳에선

이상한 일이 있었다.


3층에서 사람이 쓰러졌고

그 사람을 엘리베이터에 태워 1층으로 내려오자

이미 엠뷸런스가 와있는

어딘가 수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






환희 유치원이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된 건 2018년 10월 11일 MBC의 단독 보도에서부터였다. ([유치원감사①] 아이들에게 쓰랬더니 명품 산 원장님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73434_22663.html). 적발된 비리 종류만 13가지에 부정 사용액은 6억 8천여만 원. 원장은 경기도 교육청에 의해 파면당했다. 사립유치원장 신분으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MBC는 이에서 나아가 단독 입수한 감사 보고서를 토대로 홈페이지에 비리유치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반향은 엄청났다. 본인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줄 몰랐던 많은 학부모들은 분개했다.



[미방분] 동탄 환희 유치원 외경



나와 취재기자 선배는 학부모들보다도 먼저 환희 유치원에 도착했다.

유치원 건물의 외경을 찍는 일조차 어려웠다. 건물 주변 곳곳에 정찰을 도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와 차 사이, 근처 건물 입구 아래 등에 '숨어' 건물 외경을 찍었다.

그러다 염색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정체 모를 남자가 다가와 촬영 중단을 강요하기도 했다.

(본인을 차량 관리자라고 주장하던 그 남자는 이후 학부모 출입통제, 원장 경호 등까지 도맡아 수행했다.)

사유지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해당 취재의 행위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 말에 따르지 않았다.



181014 뉴스데스크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


학부모들은 유치원 마당에 속속 모였다.

모여있는 학부모들을 스케치하고 인터뷰했다.

원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만나서 해명하라.
일련의 보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잘못된 일이 있다면 직접 사과하라.



181014 뉴스데스크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



모이기로 돼있던 인원이 모이자 학부모들은 우르르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으나 일전의 그 아저씨가 나를 막았다.  


현장에 영상기자는 전 언론사를 통틀어 나밖에 없었다.

비리 유치원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환희 유치원의 학부모들과 원장이

처음으로 만나는 현장을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개인 사유지이므로 내부 취재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이럴 상황을 대비해 취재기자 선배와 나는 현장 도착 전부터

학부모 중 한두 명을 섭 해 내부에서의 상황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나를 막는 그에 맞섰다.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취재하고 전해야 하는 주체가 언론인데

당신이 무슨 권리로 막느냐는 것.


[미방분] 유치원 측의 언론 입장 거부와 학부모들의 항의


그 덕에 나는 학부모들과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

내부에서는 학부모 대표 역의 한 남성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유치원 측과의 연락을 도맡고 있었다.

원장을 기다리며  각자의 불만사항과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있었다.


181014 뉴스데스크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



그러다 문 밖에서 신음과 비명이 들렸다.

학부모 대표의 싱크(sync)*를 확보하고 있던 나는 곧장 카메라를 트라이포드(tripod)에서 뽑아 들고 강당 밖으로 나갔다.

학부모들을 만나기로 돼있던 원장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져있었고 유치원 측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옮겼다.



싱크(sync)* ; 말하는 대상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함께 확보하는 방식.  


181014 뉴스데스크 <해명 요구했더니…원장 '대기하던' 구급차로 병원행 >


실신한 원장을 엘리베이터로 옮기고 문을 닫는 모습까지를 찍은 뒤 계단을 날듯 뛰어내려 갔다.

3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보다 카메라를 들고 계단으로 내려온 내가 먼저 도착했고

1층에 도착했을 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미 구급대원들이 도착해있었다.


구급대원들은 도리어 나에게 물었다.

"위에 무슨 일 있어요?"


있었다.

길어야 1분도 안된 시간 전에.

구급대원들은 누가, 언제 불렀을까?

누군가 원장이 쓰러질걸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걸까?


[미방분] 미리 와있는 구급대원과 뒤늦게 내려온 환자


몸이 안 좋아 학부모들을 만나지 못하겠다던 원장은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유치원으로 왔으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져

미리 와있던 엠뷸런스를 타고 다시 유치원을 빠져나갔다.


그날 모인 학부모들은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다.

아니,

더 화가 난 채로.







그로부터 사흘 뒤 원장은 유치원 경영에 참여했던 두 아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 모인 학부모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명품 가방은 부원장에의 선물, 성인용품 구입은 아들의 과실이었다는 말과 함께.

(관련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today/article/4884090_22669.html)



비리 유치원 이슈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는 사립 유치원을 '사립'에 방점을 찍어 개인 소유물로 볼 것이냐, '유치원'에 방점을 찍어 비영리 기관과 함께 취급해야 하냐 하는 논쟁으로 번졌다.

처음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a.k.a 박용진 3법)을

대표 발의하고 이는 또다른 논쟁을 부르며 정치적 쟁점화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2018년 국회 통과가 무산된 후 지금은 패스트트랙이 발의된 상태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집단 폐원이나 신규 원아 모집 보류 등을 모의하고 (현재까지 170곳의 사립유치원이 폐원했거나 폐원 절차를 밟았다) 에듀파인, 설립자/원장 겸직 금지 등이 포함된 유치원 3법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으나 (현재는 사립 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이 의무화된 상태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5일 한유총에 대한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공식 발표했고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도 당했으며, 이덕선 전 한유총 회장은 개인비리 적발로 사임 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78486_22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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