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레카야자 May 24. 2019

'이미지'가 있는 사건

얼굴 드러낸 'PC방 살인' 피의자…"죗값 치르겠다"


PC방 직원이 한 손님에게 반말을 했다.

그 손님은 화가 났다. 직원에게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29살 김성수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킨다.



181022 뉴스데스크 <얼굴 드러낸 'PC방 살인' 피의자…"죗값 치르겠다">



공노(共怒)를 산 이 사건은 피의자 강력 처벌 촉구 국민청원 100만을 만들어냈고

경찰은 피의자의 얼굴과 신분을 공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고 양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세웠다.



[미방분][타사그림] 양천경찰서 포토라인 앞 취재열기



대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었고

얼굴 공개는 그 화력에 힘을 보탰다.


그때까지 내가 가본 현장 중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린 날이었다.

이 날은 내 첫 포토라인* 풀(Pool)** 취재이기도 했다.


자리와 역할을 나눴다.

내가 부여받은 자리는 메인 피사체 김성수의 오른편이었고

김성수의 음성을 끊지않고 수음(受音)함과 동시에 스케치를 해야하는,

그러니까 오디오과 그림을 모두 신경써야하는 역할이었다.




포토라인* ; [네이버 통합검색] 과열 취재경쟁으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신문/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더 이상 취재원에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한 일종의 취재경계선

풀(Pool)** ; 2개 이상의 언론사가 각자 취재한 촬영 원본을 공유하는 취재 방식



[미방분] 얼굴이 공개된 채  포토라인에 세워진 피의자 김성수


계획적이고 잔혹한 사건도 사건이지만

당시엔 피의자의 얼굴과 신분을 공개한다는 사실이 또한 커다란 이슈였어서

어떻게든 스케치에 김성수의 얼굴을 큼지막히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반말을 한 pc방 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학년당 각 반에 3명씩은 있을 법한 평범한 모습이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악당이 악당처럼 생기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눈빛이라거나

최소한 다부진 체격정도라도 기대했던 나는 적잖이 놀랐다.

(사실 첫 풀이었어서 잘 찍어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들은 모두 그 다음 일이었다)



181022 뉴스데스크 <얼굴 드러낸 'PC방 살인' 피의자…"죗값 치르겠다">



검찰은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달 4일로 정해졌다.

경찰의 초동 대응과 동생의 공범 여부, 얼굴 및 신분 공개 결정과 사형 구형 등 많은 쟁점을 만든 사건.


대국민적 분노를 산 지난 여러 사건들에서 일반 시민들은 떠올리며 분노할 구체적인 얼굴이 없었다.

'무슨무슨 사건' 하는 이름 마저도 피해자의 이름이나 광역단위의 장소명 등이 붙어

흉악범들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분노는 머릿속에 아무런 '이미지'를 동반하지 못했다.



[미방분] 포토라인을 지나 호송되는 김성수



그런데 김성수는 그게 있었다.

살아서 움직이고 말을 하고 눈을 껌뻑이는 실체가 있었다.

보고 욕을 하고 떠올리고 화를 낼 얼굴이 있었다.

수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이미지'가 있는 사건이 된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사건을 여타 잔혹범죄들과 구분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현장에 있었던 사진기자들과 영상기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과 김성수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나타날 그림.

국민들의 머릿속에 나타난 김성수의 얼굴이 자신이 찍은 그림이라는 걸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영상기자로서 이런 실체 없는 보람과 뿌듯함으로

뭐랄까,

버틴다.



김성수가 차에 오르는 모습을 찍는 취재진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92182_22663.html




매거진의 이전글 미리 와있던 엠뷸런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