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레카야자 May 29. 2019

첫 해외출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민주공화국 선포…'장엄했던' 1백년의 여정

190101 뉴스데스크 오프닝



첫 해외출장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는 영상기자 동기 둘이 있는데, 한 명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57134_22663.html)으로 첫 출장을, 또 다른 한 명은 일본 지진 현장(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13187_22663.html)으로 첫 출장을 다녀왔다. 순서상 내가 남았고 이번엔 또 어떤 재난 현장이 생길까, 그것만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뉴스데스크를 위해 상해로 해외출장을 떠나게 됐다.

종잡을 수 없는 재난지역 취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출국 전 미리 취재기자, 영상기자 선배들과 여러 번의 회의를 했다. 총 출장기간 9일간 5-6개 정도의 리포트를 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취재비자를 발급받은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는 각 두 명. 그 중 한 팀은 상해에서도 지방으로 '출장 중 출장'을 떠나야 했어서 사실상 상해에서의 대부분의 영상취재는 내가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후일담이지만 리포트 제작이 다 끝난 12월 31일 밤, 함께 출장 온 선배들과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며 맥주를 마시는 중에 한 취재기자 선배는 "이 중요한 출장에 갓 수습을 뗀 막내 영상기자를 주력으로 보낸다는 것에 출발 전 불만을 갖고 캡*에게 여러차례 항의를 했었다"고 뒤늦은 고백을 하기도 했다.)


연 말일, 연 초일을 모두 상해에서 회사 사람들과 보내야한다니 출발 전 나는 입술이 삐죽 나와있었다.

여자친구와 보낼 첫 연말이었다.



캡* ; 회사 내부에서 일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통솔하는 역할. 취재 배정부터 취재 방식, 동선, 촬영본 송출 및 원본 처리 등 전반에 걸쳐 관장한다.  



(좌)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외경 스케치 중인 나 / (우) 이동 중인 나와 취재기자



상해에 도착한 날 저녁부터 바로 취재가 시작됐다. 한인우호교류의 밤 행사였는데 상해를 위주로 활동한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초빙받아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몇 분을 인터뷰하고 입구에 비치된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전을 스케치를 하고 본식에 들어갔다. 뮤지컬, 표창 수여 등 식순에 따라 스케치하고 만찬 시간이 찾아와 밥을... 먹으려다 또 인터뷰를 했다. (나보다도 먹성이 좋았던 현지 코디분의 입술은 이때 삐죽 나왔다.)



190102 뉴스데스크 <"내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애국가만 나와도 '울컥'>


솔직히 말해 모르는 이름이 많았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다면 들어봤을, 많은 공적을 세운 많지 않은 이름들. 그게 내가 아는 이름의 전부였다. 


그러나 상해에서 만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본인의 할아버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눈빛이 반짝였다. 한국땅에 사는 나보다 더욱 애국심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쳐있었다. 애국가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일어나 -할아버지를 얘기할 때와 같은- 반짝이는 눈으로 태극기를 바라보던 유기석 지사의 손자 류화 씨가 기억난다. 


설렘과 긴장으로 도착한 첫 출장지 상해에서의 첫 일정.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취재라는 큰 테두리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튿날부터 가장 많이 간 장소는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였다. 외부를 찍으러, 내부를 찍으러, 방문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갑자기 생긴 앵커 브리핑 용 스탠드업을 찍으러, 일출과 일몰 미속촬영*을 하러, 쉬는 날 그냥 걷다보니… 등등 다양한 이유로 매일같이 갔다.


미속촬영* (≒ 타임랩스) ; 미리 예정된 일정한 간격에 따라 한 번에 한 프레임씩 촬영함으로써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긴 지속시간을 건너뛰면서 일련의 진행 과정을 촬영하는 방법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190101 뉴스데스크 <민주공화국 선포…'장엄했던' 1백 년의 여정>
[미방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 골목
[미방분]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
[미방분]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골목의 해뜨는 풍경 (미속촬영)



이 골목은 또한 1월 1일과 2일 특집 뉴스데스크의 3원생중계(서울의 야외 특설 스튜디오, 상해 임시정부청사 앞, 하얼빈) 장소들 중 한 곳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의 중계차 연결을 위해 중계부와 현지코디, 그리고 함께 출장 간 취재기자 선배가 한국에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원래는 안되는 자리에 SNG* (중계차) 주차를 하기 위해 관리요원에게 소정의 담뱃값을 쥐어줬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 담뱃값을 준 사람들과 같은 소속이라며 은근슬쩍 옆자리에 SNG를 주차한 타 방송사도 있었다. -_-;;)



SNG* ; 방송사, 프로그램 공급사(PP)에서 뉴스취재,행사중계 등에 이용하는 위성 연계 이동형 장치


190101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뉴스데스크 오프닝

프로는 프로라는 걸 느꼈다. 전 날 분명 기억을 잃을만큼 술을 많이 마시고 신년축하 폭죽을 터뜨릴땐 테이블에 엎드려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였음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생방송을 해내는걸 보며 존경심이 들었다.



임시정부 청사는 원칙적으로 내부 촬영이 금지 되어있다. 취재목적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내부를 찍는 것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렇다고 뺏거나 일일히 검사해 지우라고 하지는 않지만 찍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직원이 와 제재한다.


그런데 갑자기 앵커 리포트에 넣을 그림이 필요하다며 청사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있는 태극기와 독립운동가들 사진을 3초씩만 찍어오란다. 어떡하겠나,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인척 입구에서부터 핸디캠을 손에 쥐고 찍으며 들어갔다. 찍지 말라는 직원의 말을 못알아듣는척 하며 렌즈를 전방에 대고 속으로 '하나, 둘, 셋', 한 컷을 만들고 카메라를 내린 뒤 안찍겠다며 안으로 들어가다 뒤돌아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하나, 둘, 셋' (결국 쫓겨났다. 하지말라는 건 좀 안하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아래 두 컷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190101 뉴스데스크 <민주공화국 선포…'장엄했던' 1백 년의 여정>



매일같이 임시정부 청사를 갔으면서도 내부에 들어가 본건 이 두컷을 건지기 위해 발을 들인 것이 유일했다. 










2편에서 계속 -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095136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096142_24634.html?menuid=nwdesk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 : 승준찬 / 나이 : 9세 / 국적 : '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