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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un 02. 2019

뻗치던 날들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출장기 <초선발대 기간>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출장은 아마 내가 영상기자로 살아가는 한 잊지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생애 첫 MNG(Moblie News Gathering)* 라이브를 시작으로 20회에 가까운 많은 라이브를 했고, 매일같이 극한의 뻗치기**를 했고 김정은의 얼굴을 직접 봤다. 자사의 영상기자들 중 가장 먼저 출장을 떠나 가장 오랜기간 베트남에 있었다. 본대가 머무른 기간의 두배 이상이었다. ('선발대'라고 불린 선배들보다도 먼저 갔으니 나는 뭐라 부를까? 선발대?)


출장을 다녀오면 출장 보고서를 쓴다. 부장 이하 전 부서원이 볼 수 있게된다. 그 출장 보고서를 바탕으로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포스팅을 해보려한다. 


※ 보고서에 들어간 본인과 자사 선배들의 실명은 모두 OOO으로 처리했다. 

※ 포스팅에 담긴 사진들은 대부분 내가 촬영한 영상의 캡쳐본이며 (다른 출처를 밝힌 소수의 사진 제외) 언급되는 리포트는 나의 네임 수퍼가 들어간 리포트들 중에서만 골랐다. 



MNG(Moblie News Gathering)* ; 인터넷망(LTE)를 이용한 실시간 영상 송출 장치로 기존 중계차(Satellite News Gathering)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MNG장비를 그냥 LTE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는 취재한 촬영원본을 회사로 송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중계차가 갈 수 없는 상황과 장소, 동시에 여러장소에서의 라이브, 무빙을 하며 라이브를 해야하는 현장성이 중요한 라이브 등등) 실시간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MNG는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당시 1인 1MNG를 도입해 뉴스특보 등 상황에 여러 포스트에서의 동시다발적 라이브를 가능케했다. 


뻗치기** ; 영상기자들의 현장 용어로 특정 취재를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인물이나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등을 취재하기 위해 뻗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에서는 북측 인사들이나 미측 인사들 모두 한국 취재진들에게 일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므로 거의 모든 영상취재가 이 뻗치기에 의존해 이루어졌다. 



[미방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분주히 준비하는 베트남


<베트남 출장 보고서>


작 성 자  :  OOO 


출장기간 : 2019. 02. 15 ~ 03. 01


커버지역 : 게스트하우스, 메트로폴 호텔 (김창선, 김철규 이하 의전 및 실무협상팀)

                 JW메리엇 호텔, 파크 하노이 호텔 (비건 이하 미국 실무진)

                 동당역, 멜리아 호텔 (김정은)

                 노이바이 공항 (김창선, 비건, 웡, 이도훈 등)

                 호안끼엠 인근 (베트남 시민들)

                 북한대사관 (북한 실무진)


(딱히 출장 보고서의 양식은 없었는데, 내가 직접 '커버지역'을 넣은 이유는 부장 및 선배들에게 베트남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소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 관련한 거의 모든 포스트-를 커버했다는 생색을 내고 싶어서였다. )


베트남 출장 중 내가 MNG를 이용해 실시간 C/T(Cross Talk)***를 진행한 현장들 중 일부


C/T(Cross Talk)*** ;  앵커와 기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의 리포트. 물론 실시간 중계에서만 가능한 포맷이다. 



후기 및 소감 : 

출장 기간이 길었던만큼 기억에 남는 것들과 배운 것들이 많습니다.

 먼저 15일부터 18일 <초선발대 기간>이 기억납니다. 힘들고 정신없었고 스스로 무얼 하는건지 정확히 깨닫지도 못한 채 하루를 보내기도 했지만 또한 그 뒤 취재들에 큰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공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던 기간입니다. 16일 김창선을 일반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VIP게이트로 빠져나가 물을 먹기도하고 김창선의 외출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해 동선을 놓친 적도 있었습니다. 힘은 들지만 일정이 끝난 뒤 기쁨과 보람이 느껴지는 취재가 있고, 힘이 들면서도 성과가 없어 일정 뒤 오히려 힘이 빠지는 취재가 있다고 한다면 16, 17일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출장 보고서에 이렇게 썼고 저 마음은 진심이었다. 선발대 선배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난 하루종일 내가 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었다. 문제는 그 하루가 끝난 뒤에도 내가 도대체 종일 뭘한건질 모르겠었다는 점. 

 1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그림자로 불리는 김창선 부장이 베트남으로 입국해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는데 그 취재랄것이 딴게 없었다. 오로지 '뻗치기'.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는 곳들을 미리 둘러보고 준비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의 동선은 곧 훗날 김 위원장의 동선. 김 부장이 어딘가로 들어가면 그-가 탄 차-가 나올 때까지 그 앞에서 뻗치다가 차가 나가면 다시 그 차를 수소문해 찾아 그 앞에서 뻗치는 식이었다. 식사도 길바닥에서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나 맥도날드(하노이의 유일한 맥도날드가 마침 김창선의 숙소 근처였다.)로 때웠다. 


190217 뉴스데스크 <北 김창선 차량 '8시간' 외출…'파격 행보' 준비?>


보이는가? 김창선-의 차량-이 8시간 동안 하노이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뉴스가 되는 시기였다. 어딜 갔는지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도' 박닌 지역 삼성 공장에 갔을 것이고 그것은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 또한 그곳을 둘러볼 거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숙소도 마찬가지. 김창선 부장이 메트로폴 호텔을 매일같이 드나들기 때문에 '아마도' 그곳이 김 위원장의 숙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 뉴스 내용이었다. "'아마도' 그곳일 것 같기는 같은데, 또 이런이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고, 네 조금 더 소식 들어오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각 사들이 지나치게 일찍부터 현지에 파견돼 되는대로 리포트를 늘리다보니 두 정상의 숙소, 동선, 의제 등 정확히 드러난 정보는 없고 '아마도 뉴스'의 향연이었다. 



[미방분]  반쪽 얼굴 김창선, 얼굴빼꼼 김창선, 전신 김창선.


그러다 17일 뉴스데스크 C/T를 끝내고 정부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 OOO 선배와 일명 ‘뻗치기 의자’에 앉아 힘없이 오토바이 매연을 마시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선배들에게 제시했고 18일부터 저희는 현지인과 한국인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고용해 김창선 등 주요 인물들의 차량을 오토바이로 추적해 그들의 동선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뻔하고 쉬운 생각이었으나 16, 17일 연이은 고배를 마셨던 저희에게는 단비와 같은 해결책이었습니다. 낯선 출장지에서 그 현장상황에 맞는 취재방식을 찾고 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실화 됐을 때의 뿌듯함이 기억납니다. ‘맨 땅에 헤딩’하는 듯한 취재의 막막함을 현실에 맞게 돌파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고 하니 바야흐로 '그랩(Grab)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랩은 베트남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카카오택시'같은 건데 현지 교통 특성상 오토바이도 부르고 탈 수 있다. 이 그랩 오토바이를 섭외하고 또 그들을 통솔하고 우리의 지시를 전달할 한국인 오토바이 운전자도 한 명 고용했다. (일당은 베트남에서 벌 수 있는 것의 배 이상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우리가 알려주는 차들을 쫓아 그 행선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16, 17일에는 김창선의 차가 나가고 나면 다시 또 닭 쫓던 개 마냥 검은색 벤츠 행렬의 뒷꽁무니만 쳐다보며 '이번엔 또 어디로 갔을까' 해야했다면 이 그랩의 고용으로 최소한 김창선의 동선을 (우리가)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별 것 아닌것 같은가? 우리에겐 거의 불을 발견한 원시인 수준의 변화였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그랩(Grab)을 타고 이동하는 자사 취재기자 선배들. 당사자들은 찍힌거 모르는데‥


 





<선발대 기간> 2편에서 계속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167134_24634.html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168432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169836_24634.html?menuid=nw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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