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 그 클럽의 '아주 특별한' 샴페인…"한 잔에 비틀"
한 일반인의 하소연에 가까운 글에서 시작된 보도는 한동안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전담팀이 꾸려졌다. 팩트는 넘쳤고 보도는 끊이지 않았고 캐면 캘수록 관련 인물들은 불어났다.
일명 '버닝썬 사태'의 이야기이다.
우리 회사의 많은 영상기자들은 버닝썬에 관련된 취재들을 하게됐다.
그 중에서도 나는 -르메르디앙 호텔 안전관리팀장이 버닝썬 전담 영상기자냐고 물을만큼-
버닝썬과 관련된 취재를 많이 했다.
많다는게 횟수도 횟수지만, 방문한 장소나 취재 방식이 많고 다양했다.
전반적인 버닝썬 영상 취재기에 대해 써보려고 하다가 내용이 너무 방대해질 것 같기도 하거니와
버닝썬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전 언론사 중 영상기자로서는 아마도 내 그림이 유일할 영상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버닝썬 내부 그림을 찍어온 일인데, 내가 다녀온 한 주인가 두 주 뒤에 클럽이 문을 닫았으므로
뉴스에 나오는 클럽의 내부 영상은 모두 (자체 홍보 영상이나 cctv를 제외하고는) 내가 -고작- 휴대폰으로
찍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내(社內) 버닝썬팀에서 한 명이 나에게 조심스레 버닝썬의 예약 시스템에 대해 물어왔다.
나도 한 번도 가본적이 없던 클럽이라 친구를 통해 테이블 가격과 지불 방식 등 전반적인 정보를
토스해줬다.
그랬더니 나더러 클럽에 함께 가잔다.
늘 버닝썬 관련 리포트가 나올 때 반복적으로 쓰이는 그림이 외경 뿐이니
내부를 찍어오면 여기저기 관련 리포트 전반에 걸쳐 쓰겠다는 것이었다.
정식으로 취재의뢰가 올라온 일이 아니므로 시간 외 수당도 올릴 수 없었는데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 같은 것들 보다는
회삿돈으로 클럽에 가다니,
혹했다.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나와 취재기자는 직접 클럽 테이블을 예약한 친구와 동행해 클럽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나는 신이 난 클러버처럼 휴대폰으로 취재기자의 뒷모습을 찍으며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외투 등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있는데 친구가
"술을 가져올 때 폭죽같은걸 꽂아오라고 할까?" 하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놀러온 클럽이었다면 그 민망한 행렬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저었겠지만
어찌됐든 그건 '그림'이 될 것 같았다. 별 생각없이 됐다고 했다가 다시
아니다.
꽂아서 보내달라고 해줘 !
했다.
술을 많이 시키면 (=돈을 많이 쓰면) 당연히 폭죽 행렬은 길어졌다.
그에 필요한 종업원(=여성)의 명수(名數)도 많아졌다.
민망하고 유치한 짓이었으나 클럽에서는, 버닝썬에서는 그 행렬의 길이가 곧 명예이고 권력인냥 비쳐졌다.
그보다 더 큰 클럽내 권력의 징표가 있었다.
테이블 옆에 붙어있는 개인 가드였다.
2,000만원 이상 쓴 테이블에는 한 명, 3,000만원인가 4,000만원부터는 2명씩이 붙는단다.
(아무튼 하룻밤 술값으로 쓰기엔 터무니없이 큰돈이었다는 것 뿐,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강남 일대의 클럽들이 일명 '테이블 장사'를 해먹는 클럽이라는건 유명했다.
테이블에 앉으려는 사람들에게 양주를 병당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아 테이블의 크기와 위치 그 자체가
클럽 내에서의 권력이 되는, 허영심을 부추기는 방식의 장사였다.
그렇다해도 아레나나 버닝썬에서 사람들이 하루평균 쓰고 가는 돈의 액수는 어마어마했다.
이 날 버닝썬 내부의 그림을 찍으며 신기했달까, 어찌보면 하나도 신기할게 아닐 일이 있었는데
바로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를 본 일이었다.
이 날까지는 이문호라는 이름이 세간에 그렇게까지 알려진 상태는 아니었다.
이 날 이후로도 조사를 받거나 구속심사를 받는 등 오고 가는 그를 두어번 더 봤지만
마스크도 쓰지않고 떳떳한 모습의 그를 본 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날 내가 찍어온 그림은 버닝썬과 관련된 거의 모든 리포트에 쓰였다.
수 개월에 걸쳐 수십개(정확히 세어보진 않았다.)의 리포트에 쓰였을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무법천지의 클럽 버닝썬, 그 안의 모습은 내가 찍어온 그림으로 남았다.
+ <ENG로 바라본 세상>인데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바탕했다.
영상기자는 ENG외에 다른 촬영 장비들을 사용하는 일도 파다하다.
이를테면 달리는 차나 오토바이에 고프로를 달아 촬영한 영상을 뉴스에 사용한다거나
소형 캠코더를 손에 들고 걸어다니며 찍는다거나 드론을 띄워 지상에선 찍을 수 없는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형 짐벌들(오스모, 로닌 등)을 활용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론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을 뉴스에 사용하기도 한다.
++ 또 위의 취재기에서 논란이 될수도 있는 부분은, 개인 사유공간 내부에서의 취재행위의 적법성 또는
피취재원의 촬영 동의 여부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깊게 말할 깜냥이 안되기도 하거니와)
피취재원들이 내세우는 본인들의 권리에 비해 해당 취재행위가 보장 할-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의 이익(이를테면 시청자들의 알권리 등)이 클 경우 대부분의 취재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되고 이해된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버닝썬에 대한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실제로 버닝썬에 가보지 않은 대부분의-시청자들은 논란이 되는 클럽 버닝썬의 내부 모습이 충분히 궁금 할 법하고, 그에 대해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공공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이해되고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해당 그림이 쓰인 리포트들이 워낙 많아 따로 링크를 걸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