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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un 20. 2019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알알이 꽃이 되어

어렸을 때 뛰놀았던 유원지…"이젠 거기서 영원히"


4월 16일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하루.

304명과, 304명의 가족들과, 304명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숙연해지고 많이 슬퍼지고 많이 아파지며

또, 대상 없는 화가 나는 날.


2019년의 4월 16일에는 2020년부터 추모공원 공사가 시작될 

화랑 유원지에 꽃을 심는 행사가 있었다. 



190416 뉴스데스크 <어렸을 때 뛰놀았던 유원지…"이젠 거기서 영원히">



꽃 심기 행사가 열리기 한참 전에 화랑 유원지에 도착했다. 넓은 부지 중 어디가 정확히 꽃을 심을 장손지 둘러보고 있는데 화랑 오토캠핑장 옆 공터에 동그마니 노란 리본이 서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곳곳에는 노란 잠바를 입은 희생자 유족들도 보였다. 

더운 날씨에 그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마치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밝은 표정으로 펜지 꽃을 심었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


 라는 꽃말을 가진 펜지꽃.


190416 뉴스데스크 <어렸을 때 뛰놀았던 유원지…"이젠 거기서 영원히">



꽃심기 행사 뿐 아니라

안산시 곳곳에서 4월 16일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나는 오전에 뉴스데스크 리포트 용 꽃심기 행사를 커버하고 

점심 이후엔 근처에서 있었던 5주기 '기억식'에 가 다른 취재기자와 뉴스외전 라이브를 맡았다. 


가뜩이나 4월 16일에 안산에서 일정을 한다는 자체가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심경이었는데, 

커버해야 하는 일이 영상기자 한 명어치 몫을 넘어 더욱 정신이 없었다. 



190416 뉴스데스크 <영원한 '단원고 2학년'…"그립고 미안한 친구들">



기억식 앞에서 취재기자의 스탠드업* 기사는 아래와 같았다.

(작은 따옴표는 필자가 추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이 진행된 건,
참사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먼저 이루어져야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다
는 유가족들의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탠드업* ; 주로 리포트의 중간이나 끝 기사의 특정 부분을 취재기자가 화면에 등장해 현장(배경)과 함께 담아내는 방식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OOO뉴스, OOO입니다" 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좌) 190426 뉴스외전 <희생자 추모…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우) [미방분] 세월호 5주기 기억식



기억식이 끝나고 취재기자와 함께 행사에 온 일반인 참여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잊지않기 위해서'였다. 


아프고 화나고 슬프고 숨막히는 기억을 

없애고 지우고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는, 

어떻게 보면 더욱 쉽고 편한 길을 두고

부러 남기려는 사람들, 남기자는 사람들.






그렇게 

기억하자는 사람들의 다짐이 있었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이제 막 입사 만 1년이 된 나는 해마다 돌아오는 모든 정례적인 취재들을 처음 겪는 중이다.

처음 겪는 모든 현장 현장들은, 

무겁다.


이를테면,

해마다 여름엔 수해민들이 생길 것이고 

겨울엔 난방의 온기가 미처 닿지 않는 곳들이 생기겠지.

매년 보게 될 물이 들어찬 집들과 

집에서도 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있을 사람들.


그리고 매년

4월 16일이 돌아올 것이다.


꽃을 심으며 기억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며


나또한 가벼워무뎌지지 않겠다는,

가벼워지지 않겠다는 

다짐.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251886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1400/article/5251482_24623.html?menuid=nw1400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251841_24634.html?menuid=nw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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