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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ul 08. 2019

여전히 '실종' 된 사람들

와이어 '팽팽'해지는 순간…숨 죽였던 인양 현장

부다페스트 육해공(陸海空) 2편.







여전히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인양작업은 미뤄진채 하루하루가 갔다.


6월 10일 나는 사고를 낸 채 적절한 후속조치 없이 운행을 계속해 논란이 된

바이킹 시긴호를 찾아 부다페스트를 떠나 비셰그라드 지역으로 갔다.



190610 뉴스데스크 <'충돌 흔적' 지운 가해 선박…버젓이 헝가리로>



해당 크루즈선은 사고 직후 후속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이후 소환된 배는 단 하루의 조사 끝에 충돌부위의 벗겨진 페인트를 도색한 후

영업을 재개했다.


한국에서는 언론보도들을 중심으로 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거기에다 바이킹 시긴호 선장의 보석금 이야기까지 더해져 여론은 바이킹 시긴호에 대한 조치에

관심을 더욱 쏟았다.



190610 뉴스데스크 <'충돌 흔적' 지운 가해 선박…버젓이 헝가리로>




바이킹 시긴호가 정박된 곳 근처에서 우연히 관계자를 마주쳐

바이킹 시긴호의 도색작업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190610 뉴스데스크 <'충돌 흔적' 지운 가해 선박…버젓이 헝가리로>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언론에서는 바이킹 사의 증거인멸 정황을 지적했다.

증거인멸을 위한 도색작업?

사고 직후 도망쳐 조사도 받기 전에 처리했다면

일리가 있는 지적이겠으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 관계자에게 바이킹 시긴호의 운행 계획에 대해 물었으나 그것은 답하지 않았다.

나와 취재기자는 선박이 떠나길 기다렸다.

배가 떠나면 떠나는걸 드론으로 찍고 복귀할 생각이었는데..


배에서 웬 한국인들이 내렸다.

바이킹 시긴호를 조사한 해양심판조사원들이었다.



190611 뉴스데스크 <[단독] 사고 크루즈선 '전격' 조사…헝가리 검경 들이닥쳐>



이후 헝가리 측 검경 관계자들의 모습도 포착했다.

 

예상된 취재는 아니었고 우연한 마주침이었으나

타사들이 가고난 뒤 '뻗치고' 있던 우리의 단독 성과였다.


이 날 나와 취재기자는 비셰그라드에 총 12시간을 뻗쳤다.



190611 뉴스데스크 <[단독] 사고 크루즈선 '전격' 조사…헝가리 검경 들이닥쳐>



이후 돌아온 부다페스트에서는 드디어 무언가 정말로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클라크 아담호는 인양 준비를 마쳤고

사고 지점, 그러니까 가라앉은 허블레아니호 부근으로

바지선이 나란히 떠있었다.



190609 뉴스데스크 <막바지 인양 작업 진행…20대 여성 시신 수습>



10일 밤 우리는 다음날 예정된 인양과

그에 따른 특보를 위해 준비한 테이블을 다뉴브 강변에 놓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취재진은 순번을 짜

밤새 그 자리를 지켰다.


인양 시간에 취재진에게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통제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강 바로 옆 둑에 자리를 잡았고

누군가는 통제를 우려해 그보다 멀찍이 자리를 잡았고

누군가는 허블레아니호 주위로 쳐질 천막에 대비해 부감 포인트를 섭외했다


그러다 문화원장으로부터 인양 시점에 다리 위가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장 가까이서 인양현장을 찍을 수 있는 위치였다.


다음날 새벽부터 각 사 영상기자들은 풀*에 따라 각자 맡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MNG를 연결했다.

각 사 부조정실**에서는 풀에 속한 모든 소스를 받아 특보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계획이었다.




풀* ; 여러개 언론사들이 촬영한 원본을 공유해 각 사가 사용하는 취재 방식. 장소, 시간, 인원 운용 등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 풀을 구성한다.

부조정실** ; Control Room으로도 불리며 촬영된 소스들이 모이고 그곳에서 선별된 화면이 주조정실로 보내지며 실시간 방영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수많은 모니터 앞에 몇명의 사람들이 앉아 방송에 실시간으로 나갈 컷을 고르고 (주로 손가락을 튕기며), "2번 컷트!", "4번 컷트!" 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된다)



인양 특보 대비 지상파 풀 구성



선배들도 라이브 방송 영상을 풀로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각 사 뉴스센터에서는 수많은 모니터를 보며

타사 영상기자들이 어떤 무빙을 할지, 어떤 피사체를 비출지,

그 그림에서 어떤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컷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벽 5시 반부터 시작된 인양작업은 중간에 선체에 심한 파손이 발견되며 속도가 늦춰졌다.

때문에 각 사 풀러들은 6시간 이상 라이브 모드**를 유지했는데

ENG카메라와 MNG 모두 배터리가 남아나질 않았다.


근처에 위치한 영상기자들끼리는 서로의 배터리를 빌려주며 버텼다.



라이브 모드** ; MNG와 연결된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회사에 전달 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질 수 있도록 되어있는 상태. 짐작할 수 있듯 상당한 양의 데이터와 배터리를 소모한다.



190612 뉴스데스크 <움푹 파인 흔적들…'사고 원인' 규명 열쇠>



인양돼 수면 위로 올라온 허블레아니호는 바지선에 실린채 다뉴브강 하류 체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언론 등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한 채 선채를 더욱 샅샅이 수색하고 수사하겠다는 의도였다.



190612 뉴스데스크 <실종자 수색 '총력'…사고 선장 '보석' 풀려나>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하류로 출발하는 바지선을 찍은 뒤

차로 배를 앞질러 체펠섬 선착장에서 허블레아니 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배가 들어오는 것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 구조는 아니었다.

선착장을 둘러싼 촘촘한 그물망 펜스 너머 너른 주차장을 건너 배의 후미가 겨우 보이는 위치.


각 사들은 그물망에 촘촘히 붙어 나뭇잎 사이로 줌을 찔러넣고 바지선 위에 놓인 처참한 모습의 허블레아니호와

그 앞을 지나는 한국 수색구조대, 헝가리 수색구조대, 헝가리 경찰 등을 스케치했다.



(좌) 190611 뉴스데스크 <움푹 파인 흔적들…'사고 원인' 규명 열쇠> / (중, 우) 190612 뉴스데스크 <실종자 수색 '총력'…사고 선장 '보석' 풀려나>



인양이 끝나고 배가 옮겨지며 취재진들의 현지 취재는 거의 마무리 돼가는 중이었다.

취재진들은 서로 타사 기자들이 며칠자로 귀국하는지를 알아보며 각 사에 보고했다.


인양이 끝난 날, 출장 기간 중 처음으로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을 먹고, -이 또한 처음으로-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이 아닌 유리잔에 받아 마시고 있었다.

마주앉은 선배는 그 와중에도 아침 뉴스용 기사를 쓰고있긴 했지만.


그러다 단톡방을 통해 소식이 전해졌다.

다뉴브강 하류 지역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

편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고 도착하면 해가 진 이후일 것이 자명했다.


그래도 아침뉴스에 해당 소식을 싣기 위해 한팀은 바삐 출발해야했다.


새삼스레 느껴진 사실.


"배는 올라왔지만

아직 어딘가엔 '실종자'들이 있다는 것"




190613 뉴스데스크 <우리 구조대원 첫 투입…남은 실종자는 '3명'>



그렇게 한 팀이 추가 실종자 발견지역으로 갔으나

역시나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으므로 찍을 수 없었다.


다음날은 나의 국일이었으나

날이 밝는대로 나는 그 곳으로 향했다.

드론을 날리고 ENG로 스케치하고 주변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취재였다.









헝가리에서 돌아온지 3주가 조금 더 지났다.


그제 다뉴브강에서 한 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글을 쓰는 7월 8일 시점을 기준으로 이제 단 한 분의 실종자만이 남아있다.

애타는 마음일 가족들의 심경은 차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섣부른 마음에 그들과 함께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빠른 시일 내에 실종된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돌아와 선배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부장이 막내 출장자의 소감을 물었다.


몇마디를 덧붙였던것 같으나 어쨌든 야마는

"이런 일이 앞으로는 최대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답변을 했다.



진심으로 앞으로는, 부디.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4284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newsflash/5355883_17783.html?menuid=newsflash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6131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6135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7743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7742_24634.html?menuid=nwdesk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59233_24634.html?menuid=nw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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