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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Aug 20. 2019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아파트에 살면서도 앞마당만큼 넓은 테라스에서

아이들의 수영장 만들어 함께 놀고

바베큐를 구워 먹으며 살고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충주에서는 역대 최고가 아파트라는 말을 들었던만큼

큰 마음을 먹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집을 분양 받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지금은 매일 아침 시청 앞에 나가 집회를 한다.

매일같이 시위에 참여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금은 말을 듣기만 할 뿐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분양자도 한 분.


무슨 일이 있었길래,

행복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화내고 울게 됐을까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문제가 된건 충주의 '코아루 더 테라스'.

시공은 성우건설, 시행은 한국토지신탁이 맡았다.


한국토지신탁은 그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공기업으로 시작한 부동산 신탁/계약관련 기업이다.


분양자 및 입주예정자들은 한국토지신탁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으로 주택의 완성도에 대한 의심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믿었던 도끼는 어떻게 사람들의 발등을 찍은걸까



회사로 보내온 제보영상들을 보고 나와 취재기자는 충주로 2박3일간의 출장을 떠났다.



[미방분] 충주에 도착해 처음 만난 코아루 더테라스 분양자들



충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행복하려고 산 집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된 사람들.

카페에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분양받은 집으로 향했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어차피 이 글은 방송용도 아니고 이건 내 개인의 기록용 텍스트니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집은 진짜 '개판'이었다.


다녀온지 고작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도

하자를 모두 기억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문제는 많고 다양했다.


일단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곳이 넘쳐났고

그 파생으로 창문이나 문들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곳이 많았다.


또, 벽과 창틀이 떨어져있어 추후에 그 틈을 실리콘으로 메웠고

그때문에 창문을 닫으면 창틀이 '덩~', '덩~' 흔들렸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또, 테라스나 집 내/외부 계단의 난간의 상태가 정말 심각했다.

선배가 너무 심하게 흔드는게 아닌가 싶어 촬영 후 슬쩍 만져보니

심한 건 취재기자가 아니라 펜스의 상태였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많지 않은 강수량의 비에도 물이 새는 곳이 많았고

테라스와 연결된 방 바닥의 높이가 같아

비가 조금만 오면 물이 방안으로 들어올 구조도 눈에 띄었다.


또, '아파트'로 홍보해 들어간 집은 확인해보니 '연립주택'으로 신고가 되어있었다.


이 차이는 컸다.

모델하우스 천장에는 버젓이 달려있던 스프링클러가 달려있지 않았던 것.

연립주택은 소방법 상 아파트와 달리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내가 이 취재를 하며 가장 기가 막혔던 부분은

실리콘으로 고정돼 창문을 닫을때마다 댕댕 흔들리는 창틀도 아니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선 문을 바깥으로 밀며 변기에 앉아 있어야 할 화장실도 아니고

콘센트 옆으로 뚝뚝 물이 떨어지는 누수현상도 아니고

내 체구로 한 대 걷어차면 여지없이 자유낙하 할 펜스도 아니었다.



바로 코아루 더 테라스의 자랑, 테라스였다.



[미방분] 드론으로 찍은 코아루 더 테라스 외경



집집마다 테라스에 천연 잔디가 깔려있었다.

그 덕분에(?) 드론을 날려 아파트를 찍으니 아파트 전체가 화사하고 예뻐보였다.


테라스 하나 보고 산 집이니 벌써부터들 본인 집의 테라스부터 꾸미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세대주들의 취향이 이토록 같은 것일까?


아니, 아니다.

테라스의 천연잔디는 무려 '공용녹지면적'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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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지을때는 전체면적의 30%를 공용녹지면적으로 확보해야한다.

그런데 그걸 맞추지 못해 각 가정의 테라스에 '녹지'를 만들고

이것을 당초 홍보와 달리 공용공간화 한 것이다.


그것이 시행 과정에서 고안해낸 임기응변인지 애초에 시공단계부터 계획된 구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은 테라스가 공용면적인줄 알았다면 절대, 결코 이 집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계약자들은 매일 아침 시청 앞에가 입주임시허가 재고를 촉구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더위에 매연을 마시며 장시간 서있기엔 노령의 참가자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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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는 매일같이 이 시위에 참여하다 쓰러졌다.

진단은 뇌경색이었다.

(이 시위 때문에 쓰러졌다고 그 인과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으나

그는 이 시위에 매일같이 참여했고, 어느날 쓰러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사연의 주인공 최창구씨는 아직 거동을 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최창구 씨의 아내 차경순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최창구 씨는 휠체어에 앉은 채 옆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시행사 한국토지신탁을 방문했다.

그들의 주장은 해당 단지를 '아파트'로 홍보한 적 없으며

테라스를 '개인공간'으로 명시한 적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시공 상의 문제점들은 입주 전 최대한 개보수를 완료하겠다며

완납하지 않은 계약자들의 비용 또한 최대한 편의를 봐주도록 한다는 입장.


만족스러울까.


애초에 속일 계획은 아니었다는 말보다

엉터리로 지어놓은 집을 고쳐주겠다는 말보다

사람이 살고싶은 집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한건 아닐까




190722 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주룩주룩 비 새는 '명품 아파트'…잔디 '둥둥' 떠다녀>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417141_246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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