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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Aug 24. 2019

업어주지 못하는 엄마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귀여운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다.

중증지체장애를 앓았고,

일어설 수 없는 몸을 가졌다.


그녀의 딸 연수는 밝고 당찼다.

당초 부모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적당한 때가 되자 벌떡 일어섰고

적당한 정도를 모르는 듯 집안을, 때로는 집밖을 사정없이 뛰어다녔다.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연수의 어머니는 점점 활동적이어지는 아이의 육아를 오롯이 감당할 수 없었다. 

일어설 수 없는 어머니의 앉은 키는 17개월 된 아이 연수의 키보다도 작았다.


그래서 연수네 집에는 매일 홈헬퍼 선생님이 오신다.

연수의 또다른 엄마 홈헬퍼 선생님은 매일같이 연수를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운다.


연수의 어머니는 

거실 한켠에 앉아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본다.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비장애인들과 같은 과정을 거쳐 낳은 아이이지만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를 키워줄 수 없는 엄마의 마음.


홈헬퍼 선생님과 연수가 숨바꼭질을 할 때,

연수의 눈밖으로 숨을 수도

숨은 연수를 찾아 "여깄네!"하며 꺄르르 함께 웃어줄 수 없는 엄마의 심정이란.


홈헬퍼 선생님과 연수가 함께 목욕을 할 때 

연수의 어머니는 화장실이 보이는 각도로 힘겹게 몸을 옮겨 

연수를 지켜봤다.


매일같이, 하루에도 여러번 반복되는 일상일테지만

나의 눈에는 거실 구석자리에서 화장실이 보이는 지점으로 이동하는 연수 어머니의 모습이 

이 세상 모든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보여 코끝이 찡했다.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홈헬퍼 선생님이 와준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건 하루 4시간이 전부.


그 외의 시간에는 홈헬퍼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도 서울시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여타 지자체에서는 장애 여성들의 육아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한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막연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20살 터울의 동생이 크는 과정을 한 집에서 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때문에 많은 (거의 모든) 장애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애초에 '선택지에 없는' 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고 한다.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기엔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너무나 억셌고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 또한 쉽지 않을 것임을 

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힘들게 힘들게 세상을 살아왔을 이들이

그들의 아이에겐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주는 일을

국가나 지자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을까.




190806 뉴스투데이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요">










나는 연수를 보며

얼른 자라 홈헬퍼나 어머니의 물리적인 도움 없이도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사랑을 하고 꿈을 꾸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도


연수가 자라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다수 친구들의 어머니와 

다른 모습을 하고있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today/article/5437522_246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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